공직자윤리위, '제 식구 감싸기' 여전

참여연대, 정부부처 퇴직자 취업제한 업체 재취업 드러나

2006-07-22     권민경 기자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공직윤리위)의 온정적 판단으로 퇴직 후 취업제한제도가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2006년 1월부터 6월 1일까지의 '퇴직 후 취업제한 여부 확인요청자 명단' 에 따르면 공직윤리위는 확인 요청자 59명 중 58명에 대해 업무연관성이 없으므로 취업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공직윤리위가 업무관련성이 없으므로 취업이 가능하다고 통보한 퇴직자 49명(직무특성상 업무관련성 판단이 어려운 감사원과 대검찰청 퇴직자 9명을 제외)의 퇴직전 직무와 취업한 업체를 대조한 결과, 40명이 퇴직 전 부처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업체에 취업(82%)했으며, 최소 8명은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규제하고 있는 퇴직전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된 취업제한 대상 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지난해 퇴직 후 취업제한제도의 '제 식구 감싸기' 식 운영을 막기 위해 소속기관장이 아닌 공직윤리위가 취업제한 여부를 최종확인토록 시행령이 개정됐으나, 공직윤리위의 온정적이고 형식적인 판단으로 시행령 개정이 무색해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공직윤리위가 취업이 가능하다고 통보한 퇴직자 49명의 퇴직전 직무와 취업업체와의 업무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최소 8명은 공직자윤리법 상 취업제한 대상 업체 및 협회에 취업한 것으로 판단된다" 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자산운용회사를 감독하는 전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장(미래에셋생명) ,제주공항의 화물에 대한 감시 및 감독업무를 하는 전 제주세관장(한국공항), 동해지역 항만운송사업자를 감독하는 전 동해지방해양수산청장(항만물류협회)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참여연대는 "공직윤리위가 이들의 업무연관성이 없으므로 취업이 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면서 "공직윤리위는 이들의 취업제한 여부를 재검토해 해임을 요구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참여연대 조사에 따르면 재정경제부 및 국세청 등 경제관련 부처 퇴직자 30명 중 29명이 부처의 정책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유관업체에 취업했으며, 금융감독원 출신 퇴직자 8명 전원이 금융회사에 취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밖에도 회사의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에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고 예금보험공사 출신의 관료를 영입한다거나, 부처와 관련된 협회에 취업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현행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은 퇴직전 소속 부서와의 업무연관성만으로 취업제한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 퇴직자가 부처와 관련된 업체나 협회에 취업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면서 "업무연관성 판단기준을 보완하고 취업제한제도가 보다 엄격하게 운영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취업제한제도의 운영실태를 파악한 결과 사실상 동제도의 입법취지를 온전히 살리지 못한 채 여전히 온정적으로 운용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면서 "따라서 업무연관성이 있는 취업제한 업체 및 협회에 취업한 퇴직자에 대해 해임을 요구하고 제도운용의 주체인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업무연관성을 판단할 때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실질적 업무연관성을 따져 포괄적으로 판단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공직자윤리법과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취업제한 제도를 강화해 퇴직후 취업제한제도의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향후 퇴직후 취업제한제도의 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제도상 미비로 문제가 됨에도 규제 없이 취업해 부적절한 로비활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퇴직관료들의 실태를 파악해 취업제한 제도의 실효성 확보와 취업제한 판단 기준의 강화를 위한 법개정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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