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흔들리는 오너 경영

만년 3위도 서러운데, 왜 나만 갖고 그래?

2011-05-31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생보업계 빅3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던 교보생명의 오너 경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 M&A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교보생명의 지분을 차지하려는 보험업계 일각의 움직임이 곳곳에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우인터내셜이 가진 교보생명 지분(24%)을 사들이게 되면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33.6%)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은 물론, 경영권까지 넘볼 수 있어 보험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미 교보생명지분에 대해 관심(?) 없음을 표명한데다, 교보생명 역시 지분을 우호세력에게 팔아달라는 요청을 포스코 관계자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매일일보>은 교보생명 오너 경영이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로 위협받게 된 사연을 취재해봤다.

교보생명 지분 차지하려는 보험업계 움직임, 롯데그룹, 한화그룹 물망 올라
모두 한 마음으로 사실무근, 사측 그래도 우호세력에게 지분 팔아줬으면 해

사실 교보생명이 생보업계 3위라고는 해도, 앞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만년’이라는 글자가 붙어 다니고 있다.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 면에서 손보업계 2위를 달리던 교보생명이, 지난 2002년 이후 한화그룹 대한생명에게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내주고 지난 2003년에는 자산규모도 내주면서, 줄곧 3위로 쳐졌기 때문이다

불화설에 충돌까지 소문 무성?

그래서 인지 교보생명은 빅3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만년 3위라는 틀에 갇혀있다. 물론 지난 2009년 3분기 당기순이익과 지급여력비율에서 모두 대한생명을 앞지르기는 했지만, 최근 신성장동력인 변액보험 시장점유율이 13.2%에 머무는 등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신 회장은 자본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보수적인 성장 전략을 추구한 경영을 해온데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이 상장을 본격 추진한데 반해 신 회장은 “서두를 것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다른 업계에 비해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그런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진 교보생명 지분이 매각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로 인한 신 회장의 오너경영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교보생명 지분구조는 신창재 회장이 33.62%로 최대주주로 되어있지만, 대우인터내셜이 가진 교보생명 지분(24%)을 타 회사가 매각하게 될 경우 단박에 2대주주로 떠오르는 등 신 회장의 독자경영에 간섭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 회장은 특수관계인(6.65%)과 우리사주조합(1.02%), 특수관계인이 매각한 구주를 매입한 사모펀드(코세어 9.79%, 핀벤처스 5.33)등 우호지분까지 합하면 지분이 56.41%에 달하고 최근 실적도 호조를 보여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앞으로 지분을 매각할 회사가 신 회장 보다 먼저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거나 2대주주로써 교보생명의 경영권을 요구하게 된 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만약 이번에 지분을 매각할 회사가 차후 신 회장 만큼의 지분을 획득하기라도 한다면 충돌까지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업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과 우호지분과의 불화설도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주를 취득한 사모펀드들이 교보생명의 지분 매각을 단행하면서 5년 약정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며 “오는 2012년 이후에 해당 지분에 대한 엑시트를 보장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보험업계 먹잇감 노리듯?

생명 업계에선 교보생명의 내부사정을 파악하기 위한 물색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덩달아 그에 따른 매각 대상자도 떠오르고 있는데, 이는 생보업계의 순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현재 업계 일각에서 가장 유력하게 물망에 오르고 있는 매각 대상자는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이 포스코와 함께 대우인터내셜 M&A를 준비했었지만, 2위에 오르는 등 아쉬움이 남았을 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아닌 게 아니라 롯데그룹은 지난 2008년 2월 대한화재보험(현 롯데손해보험)을 사들이면서 보험업에 진출했다. 노무라증권 출신의 신동빈 롯데 부회장도 금융업에 대한 애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M&A 시장의 큰 손인 롯데그룹이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한 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93.93%의 지분까지 인수한다면, 롯데손해보험을 보유한 롯데그룹이 생명보험 시장 진입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훨씬 수월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실 무근임을 밝혔다.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할 당시에도 교보생명의 주식은 매각할 생각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뒀는데, 손보사와 생명사는 다르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각에선 비슷한 보험업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업이 아니라는 업계관계자의 말을 더 의아해하는 눈치다. 여기에 그 다음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 한화그룹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2009년 9월에 김승연 회장이 전경련회의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이 매물로 나온다면 시점을 봐서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물론 결론적으로 한화는 인수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만약 이번 교보생명 지분 매물에 한화가 교보생명까지 인수하게 되면, 삼성생명(자산총계120조원-지난해 기준)에 필적할 만한 자산총계 110조원의 거대 생보사로 거듭날 수도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터무니없다. 언제적 얘긴데 지금 하냐, 최근 내부에서도 그런 말을 거론한 적도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교보생명은 오너경영 위기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가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덩치만 보지 말고 내실을 봐주길 바란다”며 “안정성을 우선으로 수익성을 추구하고 있다. 누가 인수하든 기존 24%의 주주가 다른 주주로 바뀌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영권이 흔들린다거나 지배구조가 바뀐다거나 하는 말은 과대해석 된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면 교보생명 경영 참여가 가능하고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 회장과 합의하에 경영권은 우호적으로 인수할 수도 있다”고 전망해 향후 교보생명의 오너경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교보생명의 외형상 매각지분의 가치는 약 1조원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