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알파고 이어 복제 인간까지… 인류의 미래는 과연?
2016-05-16 이상민 기자
[매일일보] ‘복제 인간’을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이 비밀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학의 윤리논쟁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들은 14일자(현지시간)로 미국 하버드대가 지난 9일 보스턴에서 ‘인공 유전체(게놈)’ 생산을 위한 비밀회의를 갖고 인간 DNA 유전체 전체를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계획을 논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버드 의대가 주최한 이 비밀회의에는 세계 최고의 과학자 15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더하고 있다.이 비밀회의의 목적이 지난 10여 년간의 인간게놈계획에 따라 해독된 인간 DNA의 30억개 염기쌍 배열을 인간이 직접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부모 없이도 ‘인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현실화되는 것이다.얼마 전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친 알파고 때문에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당시 관심의 핵심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바둑의 수를 너무도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알파고의 연산 능력이었다.그 복잡다단함 때문에 바둑은 인공지능에 쉽게 함락되지 않을 유일한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졌기에 충격은 엄청났다. 대국 전까지도 이세돌 9단을 앞세운 인간계에는 ‘바둑만은 난공불락의 인간 영역’이라는 암묵적인 믿음이 공유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뚜껑을 열자마자 이런 믿음은 한낱 바람에 지나지 않았음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리고 급기야 세계는 4국의 승리에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1승4패’라는 어찌보면 초라한 성적표를 포장할 논리가 필요했음도 당연하다.알파고에 대한 경이는 두려움으로 전이되었고 인공지능이 가져다 줄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결국 학계와 언론은 유토피아에 방점을 찍었고 인류는 이에 대해 침묵으로 무언의 동의를 표했다.이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과대한 공포는 인류와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깔려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하지만 인간복제의 문제를 인공지능의 문제와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인간복제에는 훨씬 복잡하고 윤리적인 문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이런 이유 때문에 주최 측에서는 회의와 관련한 모든 언론 인터뷰는 물론 소셜네트워크(SNS) 게재도 금지시킨 것으로 의심된다. 회의에 초청을 받았지만 참석을 거절했다는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도 이러한 철저한 비밀주의에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인간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생물의 세포 전반에 대한 게놈 합성 능력을 높이기 위한 회의였다”는 하버드대 측의 뒤늦은 해명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인간복제의 문제를 단순히 과학의 영역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소위 ‘한창 잘나가던’ 황우석 교수의 발목을 잡은 것도 결국 윤리문제였다.투명하게 공개해 머리를 맞대고 예상되는 모든 문제를 철저히 대비한다해도 늘 예상 못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10여년 전 인간복제의 문제를 다룬 영화 ‘아일랜드’의 섬뜩함이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이상민 건설사회부장 marineboy@terradarcobalen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