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에 멍든 한나라당, '음모설'로 뒤숭숭
'수해지역 골프' 파문은 박근혜-이명박 조직 싸움 신호탄?
2006-07-23 매일일보
한나라당 간부들과 당소속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수해 지역에서 지역 기업가들과 골프를 치고 고급 술자리까지 가진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태가 한나라당의 내분과 연루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에 따르면, 홍문종 경기도당위원장을 비롯해 이재영(평택을), 홍영기(용인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김용수·김철기 도당 부위원장 등이 가진 이번 골프 회동은 당협 위원장급 인사들과 사업가 등 1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재섭 대표는 즉각적으로 “당 대표로서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빠른 시일내에 적절한 징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태는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옮겨가고 있다. 최근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져나오고 있는 주류-비주류 갈등과 알력이 표면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골프파문 당사자들 대부분이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재섭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주류측 인사들이기에 이들은 이번 골프라운딩 계획을 일부러 반대파에서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다. 경기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문종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것이 보통. CBS 뉴스에 따르면, 실제로 홍 위원장은 21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당내 반대세력에서 미리 언론에 흘린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또다른 당사자인 김용수 경기도당 부위원장 역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당내 일부 세력이 고의로 정보를 흘렸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김 부위원장 역시 강 대표를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재섭 대표 역시 주류파로 분류되는 핵심 당직자들이 상당수 연루된 이번 사건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이다. 비주류와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불리한 입장에 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소위 '음모설'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사건의 영향으로 경기도당은 소위 '친박-친강' 세력들이 타격을 크게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도당 위원장을 사퇴한 홍 위원장 뿐만 아니라 향후 당의 강력한 제재 표방에 따라 지역당 조직의 기존 세력들의 교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당대회를 통해 '조직'의 힘을 실감한 이명박-이재오 비주류 측에서 세확장에 돌입했다는 풍문도 돌고 있다. 국민참여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이들의 주장이 주류측의 반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이명박 전 시장측은 당원 조직 확보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현행 '당원:국민'의 선거인단 비율인 50:50의 구성이 달라지지 않는 한, 이명박 시장의 경선 승리는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당 조직의 대부분을 친박 성향의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는데다 '박근혜 대세론'이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더구나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를 누르리라는 보장도 없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후보 지지도에 있어 이 전 시장측이 뒤지고 있는데다 최대 10%까지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여론조사에서 있어 이 전 시장이 '압도적으로' 박 전 대표를 앞서지 못한다면 "대선후보 경선은 해보나마나"라는 자조가 이 전 시장측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수해 골프파문'으로 주류-비주류 혹은 친박-친이 세력의 '물밑 힘겨루기'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비록 조기진화에 나섰지만 이번 파문으로 인해 한나라당은 이미지 훼손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및 시민단체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가운데 김근태 의장은 "지방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집권야당의 오만"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우상호 우리당 대변인은 "이런 당이 집권당이 되면 나라 모양이 어떨지 걱정"이라며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 조윤주 기자 [중도와 균형을 표방하는 신문-업코리아(up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