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명 대학 소유 학교부지 둘러싼 의문의 거래 [3탄]

검찰의 칼끝, 누구를 향해 있나

2010-05-31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학 두 곳이 때아닌(?) 구설수에 휘말려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재단법인인 한양학원은 지난 2006년 8월경 법인 소유의 서울 마포구 성미산 일대 1만8천여평 부지를 중견 건설업체 두 곳에다가 410억여원에 매각했다. 그런데 한양학원으로부터 땅을 사들인 이들 건설업체들은 불과 석달만에 다시 홍익대학교 재단법인인 홍익학원에 580억여원에 팔아버리면서 각종 의혹을 낳고 있다. 최근 검찰은 이와 관련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매일일보>은 유명 사립대학 소유 부지를 둘러싼 의혹과 의문에 관해 총 3탄에 걸쳐 취재해봤다.

현 홍익대학교 재단 소유 성미산 일대 부지 매각한 건설사들 옛날에도 검찰 조사 받아
상도동 재개발 비리의 주역 ‘세아주택’, 부지매각 자금으로 재개발 착수 자금으로 사용 

<매일일보>은 지난 301호(5월23일자), 302호(5월30일자) 두 차례에 걸쳐 현 홍익대학교 재단법인 소유의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일대 부지를 둘러싼 의문의 거래에 대해 요목조목 짚어봤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대학과 건설사간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탈세 및 담합 의혹에 대한 수사라기보다 오히려 다른 곳에 수사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단순히 생각해보더라도 검찰이 거래가 이뤄진 지 몇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수사에 착수한 것도 의아스러울뿐더러, 건설사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도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여기에 <매일일보>은 취재 과정에서 한양대학교 재단법인으로부터 성산동 산11-31번지 일대 1만8천여평의 부지를 사들인 후 석달만에 16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며 홍익대학교 재단법인에 되판 두 건설사에 관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얘기를 접한 터라 더욱 의문이 들었다. 

검찰 수사, 상도동 재개발 비리 수사의 연장선상?

익명을 요구한 서울 지역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홍익학원에 부지를 판 두 건설사 모두 과거 상도동 재개발 비리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적이 있는 건설사”라며 “이중 한 건설사가 홍익학원에 판 자금으로 상도동 재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토대로 <매일일보>이 확인한 결과 실제로 홍익학원에 580억원에 부지를 판 (주)한웅상사와 (주)세아주택은 과거 검경의 조사를 받았던 적이 있었으며, 세아주택의 경우 상도동 재개발 비리의 주역인 것으로 드러났다.앞서 한웅상사 관계자 역시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세아주택 때문에 과거에도 한차례 검찰의 조사를 받았던 적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는 않았다.때문에 이 정비업체 관계자의 말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상도동 재개발 비리 사건은 지난해 사회적 큰 물의를 일으켰을 정도로 매우 잘 알려진 사건이다.실제 세아주택 A대표는 2007년 초 상도동 재개발 사업 시행사로 뛰어들면서 기존에 있던 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해, 각종 로비와 조폭을 동원해 갖은 비리를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당시 상도동 재개발 지역 무허가건물 입주민들은 민간개발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세아주택에 맞서 크게 반발했고, 결국 검찰이 특정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그동안 세아주택이 저질렀던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현재 세아주택 A대표는 2심에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태이며, 이 외 관련자들 모두 줄줄이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는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정비업체 관계자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했고 대부분 비리를 적발해냈지만,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혐의점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과 서울동부지검등에 이첩시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성미산 일대 부지에 대한 수사가 상도동 재개발 비리 수사의 연장선상이 아닌가하는 추정을 해 볼 수 있다. 

세아주택과 한웅상사 그리고 금호건설간 연결고리 찾기

그렇다면 성미산 부지와 세아주택 그리고 한웅상사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일까. 먼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세아주택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세아주택은 지난 1989년 3월23일 설립, 주택건설 및 부동산 임대사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는 건설업체이며 A대표가 회사 지분 전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 한웅상사는 세아주택보다 2년 먼저 설립된 회사로서 주요사업 목적은 같다. B대표 외 특수관계인이 회사 지분 전부를 보유하고 있다. 세아주택 A대표와 한웅상사 B대표는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당초 성미산 일대 부지에 아파트건설을 계획했으나,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특혜 의혹, 홍익학원의 방해공작(?)으로 더 이상 이 곳 부지를 개발할 수 없게 되자 매각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후 매각 자금은 지분 비율대로 놔둬갖고, 세아주택은 이 자금을 밑천으로 상도동 재개발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아주택 A대표가 상도동 재개발 사업에 뛰어든 시점은 지난 2007년 초로 알려졌다. 성미산 일대 부지를 홍익학원에 판 시점이 2006년 11월이었고, 당시 세아주택이 별다른 사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각 자금은 모두 상도동 재개발 사업에 사용됐을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그런데 소규모 건설업체에 불과한 세아주택이 매머드급 규모의 재개발 사업 시행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은 부지매수에 들어가는 자금 마련이었다. 부지매수를 위해서는 대규모 PF대출을 받아야했는데, 당시 금융권에서는 PF대출시 대형 시공사의 보증을 세우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었다.이 부분에 대해 <매일일보>은 정비업체 관계자와 상도동 재개발 지역 조합원 몇몇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세아주택이 당시 대규모 PF대출을 받기 위해 대형 건설사를 끌여들였는데, 바로 금호건설이라고 했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당시 금호건설이 아직 부지매수조차 안된 조그만 세아주택에 뭘 믿고 1600억원에 달하는 PF대출 보증을 서줬겠냐”며 “아무리 사업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해 보증을 섰다고 말하겠지만, 버젓이 조합이 들어서있는 상태에서 무리수를 두는 건설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가)알기로는 세아주택 A대표가 성산동 어딘가 부지를 매각한 자금으로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한웅상사 B대표에게 부탁을 했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한웅상사 B대표는 금호건설(개발)의 오랜 협력업체로 일해 온터라 금호건설 고위 관계자와 친분이 꽤 돈독했었다”고 말했다.또, 상도동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우리는 세아주택 A대표와 한웅상사 B대표간에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징역 2년을 선고받은 A대표가 사용한 1600억원 PF대출금 중 용처가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를 종합 정리해보면 세아주택 A대표는 성미산 일대 부지 매각 자금으로 상도동 재개발 사업 초기 착수 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며, 이 중 일부 자금을 한웅상사 B대표에게 금호건설을 끌어들이기 위한 청탁명목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A대표가 사용한 PF대출 중에서도 한웅상사와 금호건설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서울동부지검과 금융감독원등에서 후속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한웅상사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밝혀질 것”이라며 “잘못이 있으면 달게 받겠다.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세아주택 A대표와 한웅상사 B대표간의 관계 그리고 청탁등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며 “현재 상도동 재개발 사업은 대주단과 협의해 재개발방식으로 쪽으로 좁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성미산 일대 부지를 둘러싼 의문스런 거래에 대해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수사 진행 중이므로 아무 것도 말해 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