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② 옥시 ‘가습기 살균제’가 남긴 것] 제조물책임법 어디까지 한계인가 上

현행법으로는 피해 구제 못해…개정안 마련 본격 논의되나

2017-05-17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옥시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조물책임법’ 등 관련법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특히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된 현행 제조물책임법이 최소한의 피해 구제나 책임을 묻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에 정치권에서는 가습기 살균 문제 해결로 거론되고 있는 징벌적손해배상제와 소비자 집단소송제,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나서며 ‘가습기살균제특별법’에 대한 제정을 촉구 하고 있다.

◇ 현행 제조물책임법, 피해자 구제에 ‘한계’

제조물책임법은 물품의 결함으로 생긴 손해에 대해 물품을 제조하거나 가공한 자에게 손해배상의무를 지우는 법이다.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선 옥시의 책임을 규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이와 관련돼 있다.그러나 현행 제조물책임법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권익을 구제하기 어렵다.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실효성 부분이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이 제조자의 면책 사항을 인정하고 있고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실제 우리나라 제조물책임법 조항을 보면 면책 범위 과다(법 제4조)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면책사유로 인정하고 있다.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이 불특정 다수가 대규모 피해를 입더라도, 해당 제품이 당시 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맞게 만들어졌다면 제조사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청구권 소멸시효 과소(법 제7조) 조항 역시 청구 시효를 ‘손해를 알거나 책임자를 알게 된 후 3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피해자 스스로가 제조물의 결함을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매년 발의되던 법 개정안…올해는 제정되나

제조물책임법은 이처럼 곳곳에 허점이 노출돼 있었지만 정치권에서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당 법안 개정에 나섰다.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다. 특히 제조물책임법 개정 주장은 국민의당이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제정된 제조물책임법은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한창이던 2013년 한 차례 개정된 바 있으나 법 문장을 한글화해서 읽기 편하게 만든 것이 전부였다.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을 재발의할 방침이다.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 대표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제조물책임법의 전면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그는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2000년 제정된 뒤 실질적 개정이 단 한번도 없었다”며 “피해자의 피해사실 입증 책임 면에서 제조물책임법이 민법과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손해배상 범위는 민법이 훨씬 더 넓다. 국회가 제조물책임법을 제때 손보는 것을 외면하는 사이, 이 법이 사문화의 길로 들어섰다”고 지적했다.더민주당도 지난 2013년 10월 백재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발의할 계획이다.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 없이 상품을 공급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12배까지 배상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또한 소비자가 기업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일부 승소로도 모든 관련 소비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소비자 집단소송법’ 재발의도 두 야당에서 준비 중이다.단, 새누리당은 가습기 살균 문제 해결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법안 처리는 정부의 조치 결과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환경운동연합 측은 “국회가 하루 빨리 옥시 사태에 대한 청문회 및 국정조사를 개최하고 가습기살균제참사특별법 제정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소비자)집단소송제도, 중대재해기업처벌제도, 제조물책임 강화, 화학물질관리 규제 강화 등 관련 법률도 시급히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