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국민의 30%에 달한다니
2017-05-18 매일일보
[매일일보]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피해자가 어린이 1만5000명을 포함해 국민의 30%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습기 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의학교수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환경보건학회와 환경독성보건학회가 개최한 ‘제2차 환경독성포럼’에서 이 같이 추정했다. 서울대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도 3차례 역학조사의 가습기 살균제 노출 비율을 고려하면 약 1100만명이 노출됐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이를 뒷받침했다. 이 같은 추정은 가히 충격적이다.발표자들은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와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 독성실험을 한 결과 폐 이외의 장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비염, 동맥경화, 비만, 지방간 등에 대한 검토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질병은 과거 몰랐던 질병인 만큼 의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이러다보니 소비자 불안은 섬유탈취제와 방향제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국 피앤지(P&G)의 페브리즈 성분에 대한 논란도 이 연장선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환경부는 페브리즈 공기탈취제와 섬유탈취제에 유해성 논란을 빚은 벤조이소치아졸리논(BIT)과 제4급 암모늄 클로라이드(DDAC)가 들어있지만 인체에 해가 될 수준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유통이 일반화된 시대에 다양한 생활용품에 살균·보존제 성분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소비자가 이런 제품을 믿고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엄격하고 투명한 세부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법이 미비했던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기업 자체를 처벌하는 법이 없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만 처벌 받고 물러나면 그것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국민의 30%가 피해를 입을 정도였다는 점에서 정부도 그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이제라도 정부가 먼저 특별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에 떠밀려 우왕좌왕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번만이라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