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④옥시 ‘가습기 살균제’가 남긴 것] 제 2의 옥시 사태 막을 방법은 없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 관리 ‘시급’

2017-05-19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김백선 기자] 수백명의 사망자와 수천명의 피해자를 낸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정부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가습기 살균제를 주도적으로 관리할 콘트롤타워가 없었던 14년간 유독물질이 섞인 제품이 허가 받고 판매돼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지면서 정부의 ‘관리 부재’가 해당 사태를 키웠다는 것.특히 가습기 살균제가 사망 원인으로 확인 된 후에도 3년동안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후속 대책과 피해 보상 등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비난이 거세다.

◇ 정부의 관리 부재·늦장 대응에 ‘비난’

이번 가습기 살군제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정부의 ‘관리 부재’다.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돼 수많은 피해자를 낸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허술했기 때문.정부는 지난 1997년과 2003년 두 물질에 대해 유해성 심사를 진행, ‘유독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고시한 바 있다.결국 가습기 살균제는 지난 2011년 12월 의약외품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공산품으로 분류돼 별도 허가나 승인 없이 시중에 유통됐다. 지난 1997년 PHMG가 유독물질이 아니라는 환경부 고시 후 무려 14년간 이 제품을 제대로 규제할 콘트롤타워가 없었던 셈이다.환경부는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문제가 불거지자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제정을 추진했다. 가습기 살균제 등 생활용품에 쓰이는 화학물질이 유해한지 여부를 사전에 검증하겠다는 취지였던 것.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관련 법안은 통과 되지 못했다.지난 2013년에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카페트 세척에 쓰이는 PHMG를 몰래 가습기 살균제로 쓰는 사태를 막는 정보공유 조항이 ‘영업 비밀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현재 입법 취지대로 효력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 제 2의 옥시 사태…재발 방지 대책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환경보건시민센터는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신고센터가 올해 1월부터 4월 25일까지 최종 집계한 (가습기살균제)피해신고는 320가족 566명이며 그 중 사망자가 4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이날 공개된 추가 피해 사례에 따라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총 1838명(사망자 266명, 생존환자 1572명)으로 늘어났다.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금까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던 인구가 900만~1000만명에 달하고 그 중에서 위험인구라고 할 수 있는 고농도 노출이나 건강피해를 경험한 잠재 피해자가 30만~230만명이다”며 “이 같은 추산을 고려하면 피해신고자 1838명은 0.6~0.08%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정부는 뒤늦게 가습기 살균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나섰다. 살생물제 전수조사 등 살생물제 전반에 대한 관리 체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호중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지난 11일 브리핑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같은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살생물제 전반에 대한 관리 체계를 도입해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이를 위해 환경부는 우선 내년까지 살생물제와 방충제, 소독제, 방부제 등 살생물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살생물제 관리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살생물제 관리체계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모델을 참조하기로 했다. EU와 미국은 현재 별도의 법률에 근거해 살생물제의 목록을 만들어 놓고 위해성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피해자 구제와 관련해서는 비염·기관지염 등 경증, 폐 이외의 질환 등으로 피해 인정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하지만 업계에서는 단순히 환경부에서만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할게 아니라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 정부의 종합적인 관리와 화평법에 대한 법률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