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신한, 태안 공공임대아파트 부실시공 논란 [현장취재]
시공은 해놓고 보수는 못해주겠다?
신한은 지난 2001년 LH공사가 발주한 경기도 화성시 태안 택지지구 내 650여 세대 규모의 공공임대아파트 시공을 맡아 2004년 공사를 완료했다. 그런데 지은 지 불과 1년도 채 안 되서 아파트 벽에 금이 가고 물이 새는 등 하자가 발생, 입주민들로부터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보수 및 피해 요구에 LH공사와 신한은 지금까지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식의 태도를 보여 주민들의 원성은 이제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에 <매일일보>은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인 아파트 현장을 직접 찾아가 취재해봤다.
태안택지지구 입주민 피해 발생, 결로·누수현상 심각
시공사 신한건설, 부실공사 의혹속에 6년 시간 흘러
<매일일보>은 지난 5월24, 27일 이틀간에 걸쳐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에 위치한 문제의 아파트 현장을 방문했다.
때마침 지나가던 한 주민(남·40대 후반 추정)으로부터 이 아파트가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다고 해서 취재차 방문했다고 하니, 실제 그렇다는 말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 주민은 “6년밖에 안된 아파트 전체에 결로 현상이 발생한 것은 건물이 노후화됐다기 보다 규정에 적합하지 않는 단열재를 사용하고 마무리 시공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명백히 부실시공이라고 봐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 주민이 열변을 토하면까지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한 문제의 아파트는 지난 2001년 LH공사(옛 대한주택공사)가 발주하고, 신한이 시공을 맡아 2004년 5월에 준공됐다. 총 세대수는 653세대.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 시점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지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50여세대에서 결로현상과 누수현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
결로현상은 실내외 기온 차이로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을 말하데, 대개 규격에 맞지 않는 단열재나 시공단계에서 마무리 미흡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누수현상은 물이 새는 현상으로 시공 시 층과 층 사이의 시멘트 굳기 차이로 인해 층간균열이 발생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입주민들은 아파트관리사무소에 피해를 접수했고, 관리사무소측은 피해사례접수가 늘어나자 원인파악에 나섰다.
일단 관리사무소는 결로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피해세대를 선정해 시공된 벽면을 뜯어 단열재의 두께와 시공 상태를 확인했다. 확인결과 피해세대에서 나온 단열재의 두께는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중부지방 단열재의 두께 65mm에 못 미치는 60mm인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시공상의 하자도 확인됐다. 단열재 설치 과정 중 마무리 단계인 우레탄 폼의 마감처리와 단열재와 단열재 사이의 테이핑 처리가 미비했던 것이다.
이에 즉각 입주자들과 관리사무소측은 피해사항을 LH공사와 신한에 알리고 보수와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단열재의 두께와 마감시공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확인됐으니 보수, 피해보상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 떠넘기기에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하지만 LH공사와 신한은 최초 문제가 제기된 지 무려 6년이 다 되도록 서로 책임 떠넘기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LH공사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시간의 경과함에 따라 결로와 누수현상은 어느 아파트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며 “원인은 안과 밖의 온도차이, 생활 습관, 시공 문제등 다양하기 때문에 직접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원만히 해결되기 위해 보수 세대를 선정 중이고 주민들과의 회의도 진행 중”이라며 “하지만 보수책임이 있는 시공사 신한건설이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어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매일일보>이 취재한 결과, LH공사 관계자가 말한 대로 신한은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배짱을 부리고 있다.
5년 공공임대기간은 LH공사와 하자담보계약이 맺어진 상태였지만 현재는 소유권이 입주민들에게 넘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하자 보수에 해당하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신한은 매년 보수신청 및 작업 완료서를 세대별로 받아 왔기 때문에 완공된 지 6년이 지난 시점에서 하자에 대해서는 보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한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원칙적으로 발코니에 대한 민원 신청은 받지 않는다. 아직 원인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니 우리가 직접 세대를 선택해 뜯어보고 문제점을 파악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설계나 공급된 단열재 등의 문제라면 LH공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신한, 여전히 뒷짐만
이런 발주처와 시공사간 책임 떠넘기식 태도로 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결로현상이 발생한 곳에 공기청정기 및 방향제를 설치해 놓고 공기를 정화시키고 있지만 곰팡이 냄새가 너무 심해 생활에 극심한 불편함을 겪고 있다.
피해상황이 심각한 세대의 경우에는 발코니에서 결로수(결로현상이 심각해져 벽면을 타고 흐르는 물)가 흐르고, 어린 아이에게 피부병이 일어나는 심각한 피해도 입고 있다.
현재 입주민들과 LH공사는 원인파악과 보수, 피해보상을 위해 회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5월24일 열린 대책마련회의에서 LH공사 관계자와 입주민측간에 긍정적인 의사표시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시공사인 신한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