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사는 게 힘들까
한국 경제 양극화 원인 심층분석
온 국민이 사는 게 힘들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이런 국민들의 신음소리는 앞뒤가 맞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국민소득은 이미 1만 4천 불을 넘어섰고 삼성 같은 초대형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한국의 교역량은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지 오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국민들은 사는 게 힘들다고 하는 것일까.
원래 인간은 절대빈곤보다 오히려 상대빈곤을 혐오한다. 사실 우리 국민들은 어쩌면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사람은 현재 자신의 삶을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민들의 삶이란 생활수준이 크게 바뀌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양극화의 문제가 심화되어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양극화란 극심한 빈부격차를 말한다. 강남 부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매년 일하지 않고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지만 일반 국민들은 매일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도 빚만 쌓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식으로 사회가 굴러가면 우리 사회는 더욱 각박해 질 수 밖에 없고 국민 간 혐오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반목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누구나 질투심과 열등감, 우월감을 가질 수 밖에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사회, 발전된 사회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반목이 적고 그 반목을 원만하게 풀어 가는 정치적 리더십과 부패나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조정되어 있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 그런 면에서 선진사회의 그것에 비해 몇 걸음 뒤떨어져 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거의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왜 우리 사회에서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일까. 이제부터 그 양극화의 본질을 분석하고 그 해법을 간단히 제시해 보도록 할 것이다.
양극화 발생의 원인
양극화 발생의 원인은 대략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다.
①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 폭증
② 서민경제 지형 변화
③ 라이프 스타일 변화
④ 비정규직 문제
⑤ 고령화
⑥ 부동산 상승
⑦ 왕성한 소비대상인구의 감소
⑧ 국민 전체의 경쟁력 부족
⑨ 낙후된 교육시스템
⑩ 양극화 극복을 위한 정치 리더십의 부족
양극화 부족의 원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먼저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들이 폭증했다. 외환위기 이후에 54년생 이후 베이비붐 세대들이 직장에서 계속 밀려 나오면서 소규모 자영업을 많이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과당경쟁이 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현재 중소기업들이 힘든 것과도 관련이 있다. 비좁은 시장에 더 많은 업자들이 진출했으니 모두 힘든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음 서민경제 지형변화는 서민경제를 지탱해주는 주체들이 변화했고 그 소비의 정도가 낮아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종래 서민경제를 지탱해주는 주체들은 엄연한 한국 국민들이었다. 그러나 요즘 서민경제를 지탱해주는 주체들 가운데는 적지 않은 ‘외국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연변동포나 외국인노동자 같은 이들이 그들이다.
연변동포나 외국인노동자들은 본국으로 송금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이 낯설기 때문에 돈을 잘 쓰지 않는다. 정작 서민경제와 관련이 깊은 동네 음식점 같은 곳에서는 이런 이들을 상대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런 노동자들이 소비를 가급적 줄이니 서민경제가 번창할 수 없다.
물론 연변동포나 외국인노동자의 문제는 서민경제 지형변화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서민경제를 지탱하는 소비자들이 연령이 고령화되었다는 것도 한 이유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오히려 돈을 쓰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뒤집어 말하면 젊은이일 수록 돈을 더 잘 쓴다는 말이다.
양극화 심화의 이유들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도 양극화 심화에 영향을 주었다. 지하철 역 근처에서 나눠주는 책받침 안에 들어있는 꽃배달 회사들 때문에 동네 화원의 매출이 부진하다. 의약분업 이후로 대형 약국은 번창하고 동네 약국은 울상이다.
사람들이 대형 마트와 인터넷, 텔레비전 홈쇼핑을 즐겨 이용하는 바람에 동네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 그래도 번화한 거리의 큰 상점은 많은 유동인구 탓에 쇼핑객들이 많이 남아있어 버티고 있지만 동네상점은 죽을 맛이다.
사정이 이러니 큰 가게, 대 자본이 투입된 사업은 이럭저럭 버티지만 소규모 자본으로 버텨가는 가게들은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바로 이런 소규모 자본으로 버텨 가는 가게들이 서민들이 하는 장사고 바로 이 사람들이 다시 주변의 서민경제권에서 소비를 하는데 이들이 손에 별로 쥐는 것이 없으니 서민경제권의 소비가 살아 날래야 살아날 수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들 수 있다.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너도 나도 비정규직을 채용하니 노동자들은 불안해서 제대로 소비를 할 수가 없다. 역시 노동자 대다수는 서민들이므로 서민경제권에서 소비를 못해 양극화의 악순환을 가중시킨다.
그 다음은 고령화의 문제다. 상인들의 속설에 이런 것이 있다. 돈을 벌려면 가진 자-젊은이-여자를 상대하라는 것이다. 가장 쉽게 돈 버는 법은 ‘돈 있는 젊은 여자’를 상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돈 있는 젊은이 인구는 빠른 속도로 줄어가고 돈 없는 기성세대들만 빠르게 늘어가는 것이 문제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기성세대들은 세상의 빠른 변화가 두렵다. 그리고 온 몸은 결리고 저리고 아프다. 세상은 온통 젊은이들 물결이다. 기성세대들은 ‘수구꼴통’대우를 받으며 찬밥 신세가 되어 있다. 기성세대들은 이런 식으로 불안을 느끼며 불만을 쌓고 있다. 이런 불안과 불만은 소비부진을 낳는다. 가뜩이나 돈 안 쓰는 기성세대들이 지갑을 더 닫은 것이다.
다음은 부동산 가격상승의 문제다. 부동산 가격이 곧잘 오르니 어느 정도 재산있는 기성세대들은 소비 대신 부동산에 돈을 묻는다.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돈 버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양극화 심화의 또 다른 이유들
앞서 언급한 고령화와 비슷한 이유이지만 소비대상인구의 감소도 양극화 심화의 원인이다. 많은 이들이 한국의 주요 3대산업으로 교육산업-자동차산업-건설산업을 든다. 물론 이들 산업은 반도체나 철강 같은 주요 핵심 수출산업은 아니지만 일반 서민들의 삶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현재 이 내수 3대 산업을 소비할 인구가 줄고 있고 구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역시 건설회사에서 공급하는 집을 구매할 능력도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부족하다. 앞으로 젊은이 인구가 더 줄어들면 이들 주요 내수산업은 더욱 부진에 허덕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양극화의 원인은 국민 전체의 경쟁력이 낮다는 사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박사학위자의 숫자가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란 설도 있지만 정작 한국 국민들은 돈 버는 능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생존하자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의 빠른 성장도 주변 강국들의 영향과 북한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북한이 한국 외환위기 이후 완전히 무너져 내리면서 한국 역시 긴장이 풀어지고 있다. 사실상 한국은 지난 98년 이후로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했다. 가장 부정적으로 말하면 ‘잃어버린 10년’인 셈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국민소득 2만 불을 달성해도 국민들의 삶은 크게 변할 것이 없을 것이다. 국민소득 2만 불이 달성되어도 그것은 가진 자들의 잔치이지 일반 국민들의 잔치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양극화의 원인 가운데 중요한 것은 정치 리더십의 부족이다. 양극화는 현재의 문제다. 이 문제를 풀어가라고 대통령이 있고 야당 대표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해법을 내놓고 야당 대표는 야당 대표 대로 해법을 내놓고 끝없이 대립하고 있는 까닭에 양극화가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시급히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서로의 사안을 놓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양극화 극복을 위해서는 지도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이 레임 덕 시기에 접어들었다지만 야당 측의 지원과 국민들의 성원이 있으면 양극화 극복대안을 어렵지 않게 실천에 옮길 수 있다.
대선이 가까워 오기 때문에 양극화 대책이 적절하게 시행되면 경제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대선을 앞 둔 시점에는 아무래도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소비심리가 들썩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시점에 또렷한 양극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양극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실천해야 한다.
① 낙후된 교육시스템을 혁명해야 한다
② 기업과 가진 자들이 왕성하게 투자-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③ 복지혜택을 늘려야 한다
④ 정부크기를 줄이고 세금과 같은 부담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
한국 교육시스템은 실용성이 떨어진다. 쉽게 표현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는 형태로 초중고 교육이 개선되어야 한다. 불필요하게 긴 교육기간도 대폭 줄여야 할 필요도 있다. 한국의 청년들은 군복무까지 마치고 나면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야 겨우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요즘은 고학력시대이기 때문에 잠깐 대학원에 몸을 담게 되면 거의 서른 가까운 나이에 사회로 진출하게 된다. 선진국 젊은이들이 대개 20대 초반의 나이에 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우리 교육과정은 매우 불합리하다.
또한 군 복무기간을 줄이거나 장기적으로 모병제로 대체하는 대안도 검토해봐야 한다. 모병제 비용이 많이 든다지만 그만큼 청년들이 군에 가지 않으므로 사회에 가치가 창출된다.
징병제가 비용이 싸게 먹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청년들이 군 복무기간동안 사회에서 활동하면 벌 수 있는 수익을 집어넣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상당한 비용이 사장된다.
특히 중요한 것이 이공계 문제다. 경제가 번창하기 위해서는 이공계가 발전해야 하는데 한국 이공계는 지금 여전히 위기다.
우수한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이공계 박사과정 진학자들에게 아예 병역을 면제해주거나 이공계 병역특례 기간 안에 박사과정 재학기간을 포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기가 없어 죽어가는 국내 이공계 대학원 박사과정을 살리는 가장 합리적인 길이다.
그리고 기업과 가진 자의 부담을 줄여 기업과 가진 자가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질적으로는 세금과 규제를 줄여야 하며, 정신적으로는 사회에 만연한 ‘가진 자 혐오증’을 치유하는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그와 동시에 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늘려야 한다.
빈곤계층 가운데 별 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활에 도움이 되는 이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는 국가의 지원증대를 필요로 한다. 지금보다 훨씬 많이 복지재원을 늘리고 재원이 합당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합리적인 국가경영을 위해 정부 크기를 줄여야 한다. 방만하게 국고가 집행되는 중요한 원인은 정부 크기가 과다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인건비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고 쓸데없는 사업이 공무원들 때문에 집행되거나 사업 중에 필요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다.
정부 크기를 줄여야 규제도 줄고, 세금도 준다. 정부 크기를 줄이지 않은 채 규제만 줄이려 들면 규제는 줄어들지 않는다.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규제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상위계급부터 우선 줄이고 중하위직 공직자들은 업무량이 많고 대민봉사를 많이 해야 하는 분야로 이동시켜야 한다.
2007년 대선 최대 이슈는 양극화 해소
이런 양극화 해소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할 집단은 정치권이다. 2007년 대선에서 양극화 문제는 반드시 핵심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좀 더 엄밀히 설명하면 전국에 만연하고 있는 빈곤 현실을 개선하고 전국을 균형있게 발전시킬 역량과 비전을 누가 갖고 있는가에 대중들은 관심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히틀러가 독일에서 빠른 속도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대중들로 하여금 기대를 갖게 했기 때문이란 설이 있다. 당시 가난하던 독일 국민들에게 경제발전과 강대국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마찬가지로 2007년 대선에서는 우리 한국 국민들이 양극화를 해소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후보가 승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