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넘는 은행예금 547조5천억 달해
작년 56조 사상최대 증가폭…투자 못한 기업자금 급증
2017-05-22 송현섭 기자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의 현금자금이 은행권을 맴돌면서 잔액 10억원이 넘는 고액 예금계좌가 급증했다.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10억원이 넘는 저축성예금과 금전신탁, 양도성예금증서 등 은행계좌 잔액은 총 547조48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2014년말 491조1510억원에 비해 1년새 11.5%, 56조3310억원이 늘어나면서 연간 증가액으로 가장 많았던 2014년 33조9120억원에 비해 66%나 많은 수준이다.특히 한은이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2년이후 종전 2007년 52조6000억원의 기록을 뛰어넘어 지난해 사상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반면 잔액 1억원이하 예금은 작년말 437조4550억원으로 1년간 10조1480억원으로 2.4% 증가에 그친 것으로 조사돼 은행계좌에 예치된 잔액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1억원 초과 5억원이하 예금의 경우 160조9550억원으로 같은 기간 12조5660억원, 8.5%가 늘었으며 5억원 초과 10억원이하의 경우 58조4550억원으로 8.1%인 4조3790억원이 증가했다.한은 관계자는 “고액의 예금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기업이 자금을 결제하기 위한 예금을 많이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저축성예금 중 일시적인 기업 여유자금을 흡수하는 기업자유예금 가운데 잔액 10억원을 넘는 예금은 작년말 119조4720억원에 달해 1년 전에 비해 20조7750억원으로 21.0%나 급증했다.이는 기업들이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수익으로 확보한 자금을 투자하지 않고 은행에 예치한데 따른 것으로 그만큼 부동자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한은 국민계정 통계에서 지난해 국내 총투자율이 28.5%로 떨어져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 27.9%를 기록한 이래 1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또한 투자처를 못 찾은 부동자금 영향 때문에 자산이 많은 가계가 정기예금·정기적금 등 계좌에 고액을 예치하는 경우가 급증한 것도 고액 예금이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투자를 못해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가계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계층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한편 유형별로는 정기예금과 정기적금·기업자유예금·저축예금 등 작년말 현재 저축성예금은 총 1008조3090억원으로 1년새 5.3%인 50조5810억원이 증가했다.금전신탁의 경우 166조7070억원으로 16.5%인 23조5810억원이 늘었으며 양도성예금증서 잔액은 29조3310억원으로 9조2630억원 46.2%에 달하는 급증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