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개국 통화 3분의 1 실질가치 절하… 日 9% 올라
韓 1%·中 3% 하락… 美 반대입장 불구 '엔저' 유도 주목
2017-05-23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올해 들어 62개국 통화 가운데 3분의 1의 실질가치가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의 엔화가치는 9% 가까이 절상됐다.23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지난해 말의 109.92에 비해 1% 하락한 108.81로 집계됐다.실질실효환율은 물가변동까지 반영된 교역상대국에 대한 각국 돈의 상대가치로 각국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어떤지 파악하는 지표다. 수출여건을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에 원/달러 환율은 기말 환율 기준 달러당 1173원(지난해 말)에서 1139원(올해 4월말)으로 2.99% 하락했다. 환율이 하락하면 통화가치는 상승한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3% 상승했지만, 원화의 실질가치는 1% 하락한 셈이다. BIS가 실질실효환율지수를 집계하는 전 세계 61개 주요국가 중 이 기간 실질 통화가치가 절하된 국가는 전체의 3분의 1 가량인 21개국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중국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126.14로 지난해 말의 130.11에 비해 3.1% 하락한 반면, 일본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작년 말 71.56에서 지난달 말 77.78로 8.7% 상승했다. 원화와 마찬가지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0.54% 상승했지만, 실질가치는 3% 하락했다. 엔화는 실질가치 상승폭보다 달러 대비 상승폭이 컸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가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정책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환율관찰대상 5개국 명단에 포함한 독일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같은 기간 93.99에서 94.58로 0.6% 상승했고, 대만은 100.87에서 99.91로 1% 감소했다.미국 재무부는 당시 보고서에서 해당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일방향의 반복적인 개입을 했는지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3월까지 선물환과 스와프시장을 포함한 한국의 매도 개입액을 260억달러(약 30조원)으로 추산했다.이처럼 달러를 내다 파는 매도 개입으로 원화가치 하락을 막은 점이 지난 수년간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해온 비대칭적 개입과는 대조적이었다고 재무부는 강조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대적인 매도 개입이 없었다면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국의 작년 전체 개입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0.2%만큼인 27억5000만 달러(약 3조1000억원)를 순매수한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 방어를 위해 지난해 전체로는 GDP의 3.9%(약 4283억 달러)에 해당하는 순매도 개입을 했고,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까지는 4800억 달러를 내다 판 것으로 재무부는 집계했다. 이같이 한국과 중국이 외환시장에 대대적인 개입을 한 것과 다르게 일본은 2011년 이후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미 재무부는 평가했다.일본은 그러나 올들어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자 “외환시장에서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의 안정에 대해 악영향을 준다”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엔고 흐름이 지속한다면 엔저 유도를 위한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으며, 우회적으로 엔저를 유도하고자 통화정책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상황이다.한편 일본은행은 당초 예상과 달리 지난달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아무런 추가조치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회의에선 돈 풀기(양적완화)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