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서 ‘동네북’된 産銀개혁 가능하나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주축불구 부실경영 책임 가중

2017-05-23     송현섭 기자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높은 보수수준에 풍족한 직원복지까지 누리며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산업은행이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23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최소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해운·조선 등 한계기업 구조조정의 주축으로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창설이래 해외 국채발행을 통한 외자 조달 등 고유업무에 정책금융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 사령탑 역할이 배가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서도 막중한 책임이 더해진 것이다.
 
그러나 산은은 누적된 부실경영으로 인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한 처지라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의 부실경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최근 열린 심포지엄에서 경제전문가와 학자들은 정부가 산은에 자금을 지원해 구조조정을 하자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는 날선 비판을 가했다.   특히 산은은 16년간 대주주이자 대우조선해양 주채권자로 경영개선과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했지만 낙하산 인사만 남발했을 뿐, 제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결과에 따른 것이다.당장 대우조선은 부채비율이 7300%를 넘어 1년 전보다 무려 6800%포인트 가량 올라 대표적인 좀비기업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한계기업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말았다.반면 산은은 정치권 등의 외압 때문에 적기에 경영개선과 선제적 구조조정이 어려웠다고 하소연하나 매각시기의 골든타임을 놓쳐 현재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벗어나기 힘든 모양새다.이 와중에 산은이 지난해 1조3424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도한 임금체계와 과잉복지를 해소하고 성과주의를 도입해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그러나 산은의 직원들은 1인당 평균연봉이 1억원에 이를 정도로 실적에 따른 성과급 역시 개인 실적보다 기관의 성과에 연도시켜 사실상 수당으로 챙겨왔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따라서 정부는 산은에 대한 경영쇄신안 제출을 요구하면서 자구안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성과주의 도입을 통한 임금체계 조정에 착수했으나 그동안 고착화된 시스템이 바뀔 수 있을지 이지수란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의 자본확충 문제가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갈등으로 번진 배경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자회사 임원으로 퇴직자 자리 챙기기에 급급했던 산은에 비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나 예금보험공사 등이 공적자금 회수에 기울여온 노력이 비교된다”고 언급했다.그는 또 “국책기관으로 정책금융을 들어 만들어진 산은의 고임금 저효율 구조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력한 쇄신의 실천은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한편 산은은 창립 62주년을 맞아 ‘KDB 혁신 캠페인 및 정책금융 강화방안’을 내세웠지만 업무 효율 및 성과 제고노력보다 정책금융만 강화하겠다는 식으로 비난만 촉발하고 있다.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금융은 결국 특혜와 기득권에 바탕을 둔 ‘관치금융’을 의미한다”고 지적하며 “현재 산은이 맡고 있는 기능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시도한 개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국채발행을 통한 외자 조달과 정책금융, 산업 구조조정 등 여타 영역을 분리해 운영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