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변화하는 주류시장①] 술, 부드럽다
2016-05-24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국내 주류업계가 건강 중시 기조와 함께 취향의 파편화와 ‘집술’족 증가 등의 이유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지속 성장을 위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는 최근 주류업계 트렌드와 각 업체들의 대응책을 3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주><글 싣는 순서>
① 술, 부드럽다
② 술, 예뻐진다
③ 술, 다가간다
술이 부드러워지고 있다. 위스키, 와인, 소주, 맥주 등 저도주 바람을 타고 도수가 낮고 가볍게 즐기기 좋은 주류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년 국내 시장에서의 위스키 소비량은 감소하지만 저도주 위스키의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저도주 위스키는 전체 위스키 시장의 30% 가량을 차지했다.골든블루의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10만6767상자(1상자=500ml 18병)로 지난해에 비해 27.1% 증가했다.골든블루는 지난 2009년 12월 40도 위주의 위스키 시장에 36.5도의 ‘골든블루 사피루스’와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를 출시했다. 이후 골든블루는 저도주 위스키를 본격적으로 내놓기 전의 매출(36억원)에 비해 2010년 104억원 2011년 146억원 2012년 222억원으로 매년 증가했고 2013년부터는 두 배 가량의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114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위스키 2위 브랜드로 올라섰다.반면 다른 경쟁사 위스키들은 이 기간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골든블루와 같은 알코올 도수 40도 이하 위스키의 누적 판매량은 14만9392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2% 증가하지만, 40도 이상 위스키는 37만3736상자로 17.9% 감소해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이에 골든블루의 성공에 위스키업계는 저도주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지난달 26일 법제상 골든블루에 이어 저도주 위스키로 분류되는 제품인 ‘그린자켓’을 내놓았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36.5도로 골든블루와 동일한 알콜도수다. 골든블루가 연산을 표기하지 않은데 반해 그린자켓은 12년산과 17년산으로 연산을 구분 표기해 출시한 것이 특징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주류 업계 트렌드가 저도주”라며 “소비자들이 기존 위스키에 비해 목넘김이 부드러워 많이 찾기 때문에 위스키 업계 침체를 방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한편 알코올 도수가 보통 12~15도인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이 양분하던 와인시장에도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 주목받기 시작했다.고급 주류로 인식되던 와인이 점점 대중적인 술로 자리 잡음에 따라 중장년 남성 중심이었던 와인 소비층이 젊은 층과 여성 등으로 넓어졌기 때문이다.실제로 지난해 스파클링 와인 수입액은 지난해에 비해 16.5% 증가한 2884만2000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레드와인 수입액은 2014년 1억2676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2993만달러로 2.5% 증가하는데 그쳤고 하이트와인 수입액은 2014년 2869만원에서 2843만원으로 0.91% 감소했다.스파클링 와인은 도수가 4.5부터 13도에 이른다. 국내에서 많이 알려진 스파클링 와인 제품으로는 버니니, 모엣샹동, 페리에주에, 돔 페리뇽, 빌라엠, 뵈브 클리코, 크뤼그 등이 있다.와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약 3∼4년 전부터 젊은 층과 여성 소비자들이 본인 기호에 맞는 와인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하면서 스파클링 와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매출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이외에도 소주업계에서는 부산지역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16도 대 도수인 소주를 출시했다.롯데주류는 ‘처음처럼 16도’를 선보였다. 천연 감미료인 자일리톨을 첨가해 은은히 느껴지는 감미와 데아닌 성분으로 부드럽고 깨끗한 맛을 구현했다.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9월 부산지역에 ‘참이슬 16.9’를 출시했다. 참이슬16.9는 부산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 최적의 목넘김이 가능한 알코올 도수인 16.9도를 채택하고 특허 공법인 천연 대나무 활성 숯 정제공법을 적용해 깔끔한 맛을 살렸다.아울러 하이트진로는 알코올 도수는 4.3%로 그대로 유지하되 맥아와 홉 등 원료 햠량을 조절해 보다 쉽고 가벼운 목넘김을 만들어낸 ‘올뉴하이트’를 선보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전 공정을 얼음이 얼기 직전 온도인 영하 3~2도로 유지하는 기술인 엑스트라콜드 공법을 적용해 목넘김을 개선하고 깔끔한 페일라거의 특징을 살렸다”고 설명하며 “저도주가 트렌드인 요즘 대표 맥주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겠다고 판단해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