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직원 목숨 담보로 기업이윤 챙기나

올 들어 3명째... 노조, "해괴한 경영방침 직원들 사지로 내몰아"

2006-07-28     한종해 기자

[매일일보 한종해기자]지난 해 두산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두산인프라코어(전 대우종합기계)에서 사무직 사원들의 의문의 죽음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매일일보>은 지난호에서 이 죽음들이 급격히 늘어난 업무량과 이해할 수 없는 경영방식에서 온 것이라는 노조측의 주장을 다룬바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 4월 두산인프라코어의 연구소 직원인 김 모씨가 건물 3층에서 투신 자살했으며 6월에는 모 부장이 업체와 저녁 식사 중에 식당 화장실에서 뇌졸증으로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또 지난 10일에는 연구소 직원 조 모씨가 달리는 지하철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얼마 후 14일에는 주 모씨가 지하철에서 낙상으로 사망했다.

<매일일보>이 심층취재 한 결과 두산의 경영방식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사무직지회의 한 관계자는 “두산이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한 이후 힘에 부칠 정도로 업무의 분량이 늘었다”며 “그로 인해 직원들이 받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괸장하다”고 전했다.

이어 “뿐만아니라 수시로 점수를 매겨 연봉에 적용하는 등급 평가 연봉제를 적용해 회사 내 동종 동급 직원 간 임금격차가 1천만 원가량 나는 등 압박을 더하고 있다”며 “이들의 자살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8월 조합원 중 한사람이 아파트 13층에서 투신했으며 지난 5월 또 다른 조합원이 본인의 아파트 욕실에서 자해해 현재 통근 치료 중이다. 또 다른 한명은 출근 후 탈의실에서 뇌졸증으로 쓰러져 현재 의식불명 상태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한지 1년 4개월, 최근의 잇단 사무직 사건사고를 접하면서 우연의 연속이라고 간단히 생각할 수 없는 사무직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일련의 사무직 사망사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은 물론이고 사실의 공개조차 꺼려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사무직지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일 자살한 조 씨의 경우 사망 1~2주 전 식욕부진과 체중감량으로 병원을 찾았고 검사결과 우울증 가능성을 진단받았다”며 “유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망 전 동생에게 업무가 너무 많아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호소한 바가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M&A이 후 늘어난 업무량과 등급 연봉제에 의한 압박으로 인하여 우울증이 왔고 이로 인해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 “김 씨의 경우도 조씨와 같이 회사에서 받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우울증에 걸려 자살한 것 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 측에서 김 씨가 과거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왔고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도 그로 인해 적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를 자실 이유로 삼고 있다”면서 “그러나 의료보험공단에 확인 결과 정신치료와 관련된 어떠한 병과기록도 없으며 유가족 역시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며 “이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에 결려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관계자는 “대우에서 두산으로 바뀜으로써 해외 사업을 비롯한 추진 프로젝트가 늘어 일이 늘어난 것”이라며 “오히려 힘없이 돌아가던 대우가 활기차게 바뀌어 직원들이 좋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연봉의 경우도 동기유발을 위해 등급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기밀이라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노조가 말하는 것처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 씨의 자살 사건에 대해서는 “독신에 질병도 갖고 있었고 휴직계를 신청하는 등 개인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점으로 미뤄 개인적인 사유로 자살했을 것”이라고 회사와는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김 씨 사건 역시 “성격 등의 이유로 회사를 여러 번 옮긴 것으로 안다”며 “같은 부서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회사에 적응을 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살 역시 이러한 이유가 아니겠는갚라고 과도한 업무와는 상관이 없음을 주장했다.

또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을 할 정도의 정신상태로 직장생활을 한다면 두산 직원은 다 죽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고 말했다.

불합리한 연봉제, 자살 원인 제공?

다른 기업들도 채택하고 있는 연봉제가 왜 두산에서만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일까.

연봉제란 종업원의 능력 및 실적을 형가하여 계약에 의하여 연간임금액을 결정하고 이를 매원 분할하여 지급하는 능력중시형 임금지급체계로서 미국에서는 일반화된 형태이다.

종업원이 수행하는 직무의 특성에 따라 임금결정이 달라지는 직무급이나 종업원의 연령, 성별, 근속연수 등에 따라 이루어지는 연공급과 달리 종업원이 수행한 성과결과에 의하여 임금이 결정되는 성과급의 일종이며, 개인과 회사 간의 개별계약에 의한 개별성과급을 특징으로 한다.

생산량이나 한매액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인센티브제도나 시급, 일급, 월금과도 구별괴며, 직무급이나 연공급와 같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고정적으로 임금수준이 결정되는 것이 아닌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른다는 기대감을 제공하는 동기부여형 임금체계이다.

연봉제 도입의 장점으로 ▲능력과 실적이 임금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능력주의, 실적주의를 통하여 종업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의욕을 고취히시켜 조직의 활성화와 사기아양을 유도할 수 있으며 ▲국제적 삼각을 가진 인재를 확보하기가 쉽고 ▲연공급의 복잡한 임금체계와 임금지급구조를 단순화시켜 임금관리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반면 △평가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제기될 수 있고, △연봉액이 삭감될 경우 사기가 저하될 수 있으며 △종업원 상호간의 불필요한 경쟁심이나 위화감 조성, 불안감 증대 등의 문제점도 있다.

두산의 연봉제 평가방식은 누적식 연봉제의 ‘성과주의’ 평가방식을 무조건 적용한 불합리한 급여책이다. 바람직한 연봉제 평가방식은 ‘자격급’을 중심으로 한 직무능력급으로 점진적 개선하고 이에 성과급제를 가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두산은 아직 정서에 맞지도 않고 평가의 객관적 조건이 거의 없는 초기 상황에서 직원들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무조건 적으로 불합리한 연봉제를 도입하여 사내의 원성을 사고 있다.

두산 노조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두산연봉제 운영규칙 8조 [연봉제이의신청]에서 ‘연봉의 이의절차에 의한 최종 심의결과 본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회사가 통보한 연봉액을 지급한다’는 명백한 법 위반이며, 사무직을 주체적인 인격체로 인정 한다고 볼 수 없는 대표적인 사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한 연봉제 도입은 단기 지향적으로 자신의 목표만 우선이라는 생각을 낳게 해 팀웍을 저해하였으며 동기부여 없이 사무직의 노동강도를 강화시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하였다”고 토로했다. 또한 “평가의 기준이 없어 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정당한 동의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직원을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불러 거의 강제적으로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의 관계자는 “연봉제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노조 측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상대적 박탈감이라든지 팀웍 저해에 대해 느낄 수 있느냐”며서 의구심을 나타냈고, “동의서 작성은 원래 따로 불러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강제성이 있었음은 강력하게 부인했다.

또한 “연봉제 실시이후에 월급은 실질적으로 많이 늘었고, 같은 직급의 연봉차이가 20%나 날정도의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평가절차도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고 객관적인 평가기준 또한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이 제시한 두산 연봉제의 문제점>

◆동기부여 기능 없는 연봉제=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열심히 하는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에 대한 임금(연봉)이 동일하여 열심히 하겠다는 동기부여 기능이 상실된 연봉제

◆이기주의 개인주의 조장하는 연봉제=연봉제를 개인평가 위주로 운영을 하는 경우 대부분 개인주의 또는 이기주의를 조장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분위기가 팽배해지면 팀웍이 깨지고 부서간 협조체계는 무너져 회사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국민정서는 두레정신과 협동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또한 어릴 때부터 공동생활에 길들여져 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위주의 평가 제도를 통한 연봉제는 바람직하지 못한 연봉제라 할 수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제도가 없는 연봉제=연봉계약을 체결하면서 객관적인 평가 잣대와 공정한 룰에 의한 연봉액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사정에 의한다거나 정실에 의하여 불공정한 연봉계약이 체결된다면 바람직한 연봉제라 할 수 없다.

◆외국기업이나 타사 대기업을 모방한 연봉제=흔히들 타사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제도를 그대로 카피하여 도입을 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과거에는 기업 내외적인 환경이 공통적이고 획일적인 부분들이 상당부분 상존하였으나 최근에는 각 기업마다 문화와 특성 등에 있어 개별화, 차별화가 상당부분 이루어 진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회사의 실정과는 전혀 다른 타사의 제도를 가감 없이 그대로 모방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연봉제라고 할 수 없다.

◆법정수당을 무시한 연봉제=우리나라의 연봉제의 특징 중의 하나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각종 수강을 감안하여 연봉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특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봉제를 도입하면 이러한 수당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회사가 의외로 많이 있다. 이러한 연봉제는 위법이며 바람직하지 못한 연봉제이다.

두산은 외국의 연봉제를 그대로 갖다놓기만 했다. 자사의 실정에 맞는 연봉제를 운영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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