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빌리기 어렵다’… 고금리 비은행권에 몰려
소비 위축·저소득층 타격… 가계부채 증가세 지속
2017-05-26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파르다. 급증한 부채는 결국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면서 한국 경제의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가계부채는 1223조7000억원으로 3개월 동안 20조6000억원 불었다. 증가액 가운데 예금은행 대출은 5조6000억원(27.2%)에 불과하고 전체의 72.8%에 이르는 15조원은 비은행권에서 빌렸다.가계가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상호저책은행, 보험, 카드 등 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돈이 은행의 2.7배 수준으로 많았다.기관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살펴봐도 예금은행은 1.0%에 불과하지만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3.0%(7조6000억원)를 기록했다.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4분기 이후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상호금융이 3개월 동안 3조3000억원 늘었고 신용협동조합이 1조7000억원, 상호저축은행이 1조3000억원, 새마을금고가 1조3000억원 각각 늘었다. 문제는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가계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저축은행의 일반대출금리 평균은 11.56%로 예금은행 대출금리(3.50%)보다 3배를 훌쩍 넘고 상호금융사(3.96%), 신용협동조합(4.66%), 새마을금고(3.95%)도 은행보다 높았다. 다만, 가계부채가 금융기관의 부실에 따른 금융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부채 증가가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면서 한국 경제에 커다란 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자영업자들이 생계유지 목적으로 받은 기업대출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가계부채는 훨씬 늘어난다.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45조7000억원이다.이에 따라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의 부채 규모는 150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나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가계 빚에 대한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올해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은행이 대출 심사를 강화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은행에서 밀려난 가계가 저신용·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을 많이 찾았을 공산이 크다. 한편 지난 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5로 2008년 4분기(-23)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