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 영아 시신’ 사건의 진실은?
‘영아시신 사건’ 경찰수사 장기화 우려
[매일일보 한종해기자] 프랑스인 거주지인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의 한 대형 빌라 냉동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됐다. 그러나 외국에 나가있었던 집주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하고, 집에 사람이 침입했던 흔적도 없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 P> 특히 집주인인 프랑스인 C(40)씨와 친구 P(48)씨, 필리핀 가정부 L씨 등 사건 관련자들이 모두 외국인이고 이들이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경찰은 현재 집주인 친구 P씨의 행적에 주목하고, 주변 인물 수사에 주력하고 있으나 결정적 단서는 여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휴가철을 맞아 서래마을의 프랑스인 중 상당수가 고국 혹은 해외로 장기휴가를 떠났고 인근 프랑스 학교도 방학을 했기 때문에 탐문수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많은 프랑스인들이 장기 휴가를 떠났기 때문에 방문 조사 과정에서 비어있는 집이 많아 조사가 계획대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외교적인 문제도 걸림돌이다. 현실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사법권이 없는 경찰은 C씨와 P씨에 대해서는 주프랑스 한국대사관과 경찰에서 파견한 프랑스 주재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협조 요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용의선상에 올라있는 이들이 경찰의 수사 과정을 지켜보며 아예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수사는 장기화를 넘어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국에서 휴가를 보낸 뒤 귀국한 프랑스인 C씨는 23일 오전 11시쯤 자기 집 발코니에 있는 냉동고에서 남자아기 시신 2구를 발견했다.
한국말이 서툰 C씨는 직장동료 이모(43)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이씨는 낮 12시쯤 관할인 방배경찰서에 신고했다.
시신은 각각 검은 비닐봉지와 흰 비닐봉지에 싸여 있었다.
C씨는 지난해 8월부터 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에 근무하면서 부인 밒 아들 2명과 함께 회사에서 제공한 이 빌라에서 살아왔다. 그는 6월 말 가족과 프랑스로 휴가를 간 뒤 회의 때문에 지난 18일 혼자 입국했고 26일 다시 가족들과 합류했다.
경찰관계자는 “아직 용의점이 없고 연락이 계속 되는 데다 8월말에 들어오기로 돼 있기 때문에 출국을 막을 만한 뚜렷한 명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단서는 6가지 정도. ▲집 주인 C씨가 휴가를 간 사이 C씨 집에 외부침입의 흔적이 없다는 점 ▲이 기간 C씨 집에 출입한 흔적은 C씨가 “휴가기간 집을 봐 달라”고 부탁했던 프랑스인 친구 P(48)씨에게 내준 보안카드와 열쇠 기록이 전부라는 것 ▲냉동고에서 발견된 영아 사체를 싸고 있던 수건과 비닐본지는 원래 C씨 집에서 쓰던 물건이란 점 ▲영아들의 탯줄이 잘린 흔적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 ▲욕실과 베란다 주변에 혈흔이 남아 있다는 점 ▲1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백인 소녀가 C씨의 집 앞에 서 있었다는 목격담 정도다. 경찰은 일단 이 단서들을 토대로 2명의 영아가 C씨 집 안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고, 출입기록이 분명한 P씨를 주목하고 있다.
C씨가 집을 비운 6월29일부터 지난 18일 사이 C씨 집 출입에 사용된 보안카드는 친구 P씨가 갖고 있던 것 뿐. P씨의 출입 기록은 지난 3일과 7일, 13일, 17일 4차례 남아있으며, 집에 들어갈 때 찍힌 시작과 나올 때 찍힌 시각을 비교해 볼 때 P씨가 C씨 집에 머문 시간은 매번 5~6분씩 전도다. 그리고 P씨도 지난 21일 프랑스로 휴가를 떠났다.
한편 C씨의 이웃주민 임모씨는 지난 13일 또는 14일 점심시간 쯤 C씨의 집 앞에서 처음 보는 백인 소녀를 목격했다고 결찰에 진술 했다. 나이는 14~15세 안팎으로 보이고 키 165cm 가량에 호리호리한 몸매의 소유자라는 이 소녀는 임씨를 보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는 게 임씨 주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영아들이 C씨 집에서 태어난 정황이 있다. 무엇보자 죽은 영아들의 잘린 탯줄이 매끄럽지 못하다. 산모가 자연분만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대목에서 추론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감결과 숨진 영아들의 폐에는 공기가 차 있었다. 아기들이 적어도 첫번째 숨을 쉰 뒤 죽었다는 얘기다.
또, 영아 사체를 싼 수건 등은 원래부터 C씨 집에 있던 것이고, 욕실과 베란다 주변 바닥에서는 시약검사 결과 희미한 혈흔반응이 검출됐다.
욕식에서 아이를 낳고 냉동고가 있는 베란다로 옮긴 흔적일 수도 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누군가 C씨의 집에 보안카드 등을 사용해 들어왔고, 아이를 낳은 뒤 C씨의 집에 있던 타월이나 비닐봉지로 싸서 냉동고에 보관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아이들이 숨진 채 냉동고에 넣어졌는지, 아니면 냉동고에서 숨을 거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P씨와 함께 산모와 보호자 들이 들어간 뒤 P씨가 이들을 집안에 둔 채 잠금장치를 작동시키고 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또 다른 보안카드의 소지자인 필리핀인 가정부 L씨는 출입기록이 없지만, 여전히 소재파악이 안되고 있다. 이웃 주민들 사이에서는 “가정부가 임신상태였던 것 같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어 경찰은 이 부분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가정부가 40대 이상 고령인데다 사설경비업체의 출입기록도 없고 아기들이 백인에 가깝다는 점을 들어 가정부에 뚜렷한 용의점을 두지 않았다.
경찰은 “가정부 L씨는 여러 정황상 외국에 나간 것으로 파악되지만 정확한 행적 확인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P씨의 여름휴가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프랑스 현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P씨를 서면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씨 집 앞에서 목격됐다는 10대 백인 소녀와 P씨와의 연관성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경찰은 아직까지 이 백인 소녀의 행방은 파악하지 못했으며 학교와 주변 산부인과 등에서도 별다른 단서를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철저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관련자들이 해외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어서 이들이 돌아오는 8월말 이후까지 수사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핵심 관련자들이 국내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인터폴과 연계해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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