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안싸움으로 광주국제영화제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
2017-05-26 매일일보
[매일일보] 내부 갈등에 휩싸인 광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가 결국 올해 영화제를 무기 연기하기로 했다. 행사를 1개월여 앞두고 국제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조직위는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를 6월 30일에 연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결국 공수표가 됐다. 최근에는 사무실마저 잠정폐쇄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진통을 겪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최근 갈등을 딛고 새 전기를 마련했는데, 광주국제영화제는 예산과 규모 측면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 비해 초라하지만 주제가 ‘평화’라는 상징성 때문에 출품하는 감독이 적지 않다. 이미 올해 영화제에만 유럽과 아시아 등 25개국에서 500여편의 작품이 접수됐을 정도이다. 김대중노벨평화영화상 후보작 3편도 선정돼 심사를 기다리던 중이다. 특히 올해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에 따른 기대감으로 예년 행사에 비해 출품작이 늘고 수준 높은 작품도 다수 포함됐다.2001년 광주시 주최로 처음 열린 영화제는 2005년까지 시비와 국비로 행사를 치르다가 운영 미숙과 조직 내부 갈등 등으로 예산이 끊긴 경험이 이미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민간 주도의 소규모 저예산으로 행사를 근근이 이어온 영화제는 2011년부터 방향을 ‘평화’로 설정해 다시 광주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게 돼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다.이번에도 조직위 내부 갈등으로 작년 행사에 대한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올해 예산이 안 나왔다고 한다. 상임이사 한 명이 10여년 이상 사무국을 이끌어온 데다가 이사장과 이사들도 비영화인으로 구성돼 있는 조직위는 전문가의 영역인 영화제 운영의 핵심을 비전문가들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갈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이제라도 조직위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영화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광주시민들 사이에 나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광주시는 조직위의 사단법인 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 그 뒤 의견을 모아 광주국제영화제가 ‘평화’를 주제로 하는 영화제로서의 위상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 집안싸움으로 영화제가 한발 도약할 기회를 날리기에는 그동안 들인 노력이 너무 아깝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