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상표 계약 배후는 오비맥주?

[단독추적 2탄] 계약료 오비맥주 법인통장 입금 드러나

2006-07-29     권민경 기자
제보자 '국세청과 오비 사이에 얘긴 오갔나' 의혹
조사 관계자 '잠정적 결론 없어.. 자의적 해석일 뿐'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유사상표 사용 계약을 둘러싼 오비맥주(이하 오비)와 개인 간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매일일보>은 최근 오비 측 주장과 상반되는 새로운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바로 오비와 상표 사용 계약을 맺었던 한 업체가 수 천 만원의 계약금을 오비맥주 앞으로 입금시킨 영수증이 그것이다.

본지는 지난 호에서 2001년 오비와 유사상표 사용계약을 맺고 무알콜맥주인 맥아음료를 수입해 와 판매했던 업자 박모씨의 제보를 전한 바 있다.

박씨는 오비가 대외적으로는 유사상표에 대해 철저히 단속하는 것처럼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업자들과 계약을 맺어 사용료를 받아 챙기고 이로 인한 수익은 비자금으로 챙겨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비 측은 박씨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유사상표는 '단속'의 대상이지 '계약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업체의 입금 영수증은 오비가 끈질기게 주장해온 것이 사실과 다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현재 국세청에서는 박씨의 민원제보를 토대로 오비의 탈세 여부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비 측은 국세청의 정식 결론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무혐의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주장해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박씨는 "오비가 무슨 근거로 그런 자신감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면서 "국세청과 어떤 얘기가 오간 것 아닌지 모르겠다" 고 의심스러워했다.

유사상표 계약 사용료, 오비로 들어갔다

박씨는 2001년 오비로부터 'cass'와 유사한 'cdss', 'casc' 라는 무알콜 맥아음료에 대한 상표사용을 허가받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 오비 측 담당자는 법무팀의 황모 전 차장. 박씨는 계약에 따른 사용료를 황씨의 요구에 따라 그의 개인 통장으로 입금시켰다.

이렇게 해서 약 8개 월 여의 계약기간 동안 8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용료로 지불한 것.

더욱이 황씨는 계약기간 동안 박씨에게 2억 5천 만 원의 돈을 빌려달라며 은근한 압박까지 해왔다.

계약 관계 상 약자의 입장이었던 박씨는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였던 것.

이후 계약이 끝나고 박씨는 황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줄 것을 부탁했지만 황씨는 태도를 완전히 바꿔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박씨가 새로이 준비하고 있던 사업을 교묘하게 방해했다.

황씨의 횡포로 결국 박씨는 계획했던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10억 원이 넘는 손해를 입고 파산지경에 이르게 됐다.

이에 대해 오비는 박씨가 맺은 계약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이는 황씨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개인적으로 비리를 저지른 것이라고만 주장해 왔다.

오비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황씨의 비도덕적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박씨의 사정에 대해 회사에서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면서도 "그러나 황씨가 개인적으로 벌인 행위에 대해 회사가 어떤 보상을 해줘야 하는 건 아니다" 고 못박았다.

오비 측이 이처럼 박씨가 맺은 유사상표 사용계약 자체를 황씨의 개인적 비리로만 몰고 갈 수 있는 것은 사용료가 황씨 개인의 통장으로 입금됐다는 사실에 일정 부분 기인했다.

그러나 박씨의 설명에 따르면 "오비와 정식으로 유사상표 계약을 맺었던 업자는 내가 처음이었다" 면서 "나는 황씨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용료를 그 사람의 개인통장으로 입금시켰지만, 이후에 오비와 계약을 맺은 업체들은 대부분이 오비 통장으로 돈을 입금시켰다" 고 주장했다.

본지는 바로 박씨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자료를 입수하게 된 것이다.

오비와 계약을 맺었던 업체가 그 사용료를 송금한 영수증을 보면 '받는 사람' 은 분명하게 '오비 맥주'로 돼 있고, 입금 금액 또한 4천2백 만원 가량으로 나와 있다.

이는 오비 측이 "회사 차원에서 유사상표 사용계약을 맺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며 "오히려 유사 제품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고 주장했던 바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러나 오비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황씨가 법인 인감을 관리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챙겨온 것"이라며 "겉으로 보기에는 법인 계좌 같지만 실상은 개인계좌"라고 주장했다.

국세청, 오비 내사 착수... 오비 "벌써부터 무혐의 결론' 주장?

한편 현재 국세청에서는 오비에 관한 내사가 진행 중이다.

오비와의 계약에서 생긴 문제로 인해 생계 기반을 송두리째 빼앗긴 박씨는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오비의 김준영 사장에게까지 장문의 편지를 보냈지만 김 사장 측은 어떠한 답변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박씨는 국체정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오비의 불법 사실에 대해 제보한 것.

국세청에 접수된 민원은 계속해서 관할 세무서, 지방국세청 등으로 이전돼 아직도 조사중인 단계로 알려졌다.

그런데 본지는 취재 도중 오비로부터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분명 국세청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온 것이 없는데 오비의 한 관계자는 "무혐의 쪽으로 이미 가닥이 잡혔다" 고 단언한 것.

어떻게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단정을 하는지에 대해 묻자 이 관계자는 말을 얼버무리며 "회사에서 박씨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박씨가 계속해서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하고 다닐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 고 화제를 돌렸다.

"무혐의 결론이 날 것"이라는 오비의 주장을 듣고 국세청에 관련 사실을 알아본 결과 세원정보과 한 관계자는 "내사 중인 회사에 관한 것은 어떤 내용도 말할 수 없다" 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국세청 결론이 나오기 전에 그같은 말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면서 "잠정적 결론이라는 것도 말이 안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에 불과하다" 고 일축했다.

박씨가 국세청에 제보한 내용의 핵심은 "업체들이 오비와 유사상표사용 계약을 하고 지불하는 사용료는 세적이 없는 관계로 이 돈이 다시 오비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즉 박씨에 따르면 오비는 cass 맥주의 유사상표인 'cdss' 'cars' 'caff' 등 많은 유사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해놓고 이를 다시 업자들에게 빌려줬다는 얘기.

업자들은 이런 방법을 통해 맥아음료를 수입해 들어와 판매할 수 있었고, 수입 시 인천세관 등에는 오비의 '유사상표통관협조의뢰공문' 등이 몇 년간 수십 차례에 걸쳐 보내졌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업자들은 이렇게 수입한 맥아음료를 원칙적으로 주류 판매가 금지된 노래방 등에 판매해 왔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노래방 업자들은 주류 판매가 금지된 상황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입구 냉장고에는 cass 의 유사상표를 진열해 놓고, 뒤로는 진짜 cass 맥주를 판매하는 것이다.

박씨는 "2001년부터 2003년 사이 정식으로 유사상표를 계약해 시중 노래방에 판매됐던 것은 cass 유사상표인 오비 상표가 80%이상이었다" 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들어오는 맥주 역시 무자료 거래"라며 "당연히 세금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엄청난 수익이 고스란히 오비로 들어갔다" 며 "이는 업계에서도 공공연한 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노래방 업체 한 관계자 또한 "단속은 피하고, 노래방도 돈을 벌기 위해 가짜를 진열해 놓고, 손님들한테는 진짜 맥주를 팔고 있다" 면서 "대부분 cass를 흉내낸 유사품들이 많았으니까 진짜 맥주도 cass를 주로 팔았던 것이다" 고 털어놨다.

계속된 오비의 거짓말, 황씨 '업무상 횡령'의 고발 확인

이런 가운데 박씨와 오비 양측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황씨는 지난 2003년 오비에서 퇴사했고, 현재는 지명 수배 중에 있다.

오비 측이 그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 오비 관계자는 "애초에 '사문서 위조 및 배임'이라고 말했다가 이후 재차 확인하자 다시 '업무상 배임'" 만을 강조했다.

그러나 박씨는 "자신이 경찰서에서 확인한 결과 오비에서는 '횡령'으로 고소했다" 고 주장했다.

본지가 이에 대해 취재한 결과 지난 해 사건을 맡았던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황씨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돼 있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오비 측은 여전히 고소장에는 엄연히 '업무상 배임'으로만 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무상 '배임'과 '횡령'이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상황. 즉 횡령이라 함은 회사의 이익으로 처리해야 될 돈을 황씨가 착복했다는 얘기다.

반면 배임은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는 황씨가 그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를 해 회사에 손해를 가한 경우다.

박씨가 제기하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반박하고 있는 오비.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사건은 국세청의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관할세무서를 비롯 몇 차례 걸쳐 조사를 이전시키고 있는 국세청이 과연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좀더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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