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심사 미비 '집단대출'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
1분기 증가액 전체의 절반 넘어…밀어내기 신규분양 여파
2017-05-29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소득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아파트 집단대출 비중이 크게 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29일 한국은행 금융시장동향 통계와 금융위원회 발표 등을 종합하면 올해 1분기(1∼3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9조6000억원(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으로, 이 중 집단대출 증가액(5조2000억원)이 53.6%를 차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중 집단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중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4년만 해도 2.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그러나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여파로 신규 분양 물량이 봇물 터지듯 넘쳐나면서 지난해에는 12.5%까지 증가했다. 밀어내기 논란을 일으킬 만큼 신규 분양이 쏠렸던 지난해 4분기에는 집단대출 비중이 29.6%로 상승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대출시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지난 2월 수도권부터 시행되면서 주택대출은 주춤해졌지만 집단대출은 적용에서 제외되면서 비중이 급상승하는 계기가 됐다.이는 결국 소득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집단대출 비중이 급격히 늘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오히려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집단대출이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차주 개인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 없이 중도금과 잔금 등을 빌려주는 은행 대출상품이며, 선분양제도라는 국내 주택시장의 특수성이 반영된 제도로 흔히 아파트 중도금 대출로도 불린다.다만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공개한 ‘최근 가계부채 동향 및 향후 관리방향’에서 “분양예정 물량이 올해 하반기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집단대출 증가세도 점차 안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런 관측과 달리 집단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올 들어 아파트 분양시장 열기가 꺾일 것이란 예상은 있었지만 오히려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집단대출 증가가 가계부채의 질을 하락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시 담보 없이 이뤄지는 집단대출의 특성을 고려해 적용대상에서 원천 배제했다. 입주시 이뤄지는 잔금대출의 경우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성격이 크게 다를 바 없는데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상환능력 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집단대출 비중이 늘어나면 외부충격 시 가계부채가 부실에 노출되는 등 잠재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 기업 구조조정 진행으로 조선 등 특정업종 의존도가 높은 동남권 해안지역 경제가 실업 증가와 소득수준 악화 등 충격을 입으면 집단대출의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취약업종의 고용인원이 많은 특정지역의 소득이 하락하면 중도금 연체나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면서 “집단대출 증가는 가계부채 구조의 질적 하락은 물론 건설사, 나아가 은행들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