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회 업무추진비 흥청망청 ‘무풍지대'

"사용내역 주기적 공개·집행정산 마련해야"

2017-05-29     이상수 기자
[매일일보 이상수 기자] 세종시의회 의원들이 국민의 혈세인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처럼 제멋대로 쓰지만 이를 감시하거나 견제하는 장치가 거의 작동되지 않아 ‘무풍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29일 충청권 시·도에 따르면 의회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감사를 하지 않거나 업무추진비를 허투루 써도 이를 밝혀내 문제 삼거나 제동을 거는 지자체는 거의 없다.대전·세종시와 충북도 등 8곳은 지방의회 사무처를 상대로 감사권을 행사하지만 기대할 것은 없다. 시민사회단체가 정보공개를 청구해 파악하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계약심사 때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거나 경비를 제출하면서 서류를 제대로 첨부하지 않은 사무처 공무원들을 가려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정작 주목해야 할 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등 의회운영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고개를 돌린다. 지자체 감사가 오히려 지방의원 비리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실례로 세종시의회가 최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1분기(1~3월) 집행내역에 따르면 임 의장은 지난 2월 4일 ‘64회 금호중 졸업식 행사 등 지원 격려’ 명목으로, 같은 달 17일 ‘금남초 졸업식 행사 등 의정활동 지원 격려’란 제목으로 업무추진비를 썼다.금호중은 임 의장의 모교이고, 두 학교 모두 임 의장의 지역구에 있다. 2월에 세종시내 수많은 학교에서 졸업식이 치러졌으나 이들 학교 외에는 업무추진비를 쓴 게 없다.윤형권 부의장은 전체 39건 중 ‘비서실 물품 구입비(20만원)’를 제외한 38건(455만500원)이 모두 ‘밥값’이었다. 전체 업무추진비의 96%를 ‘먹고 마시는 데’ 쓴 셈이다.사정이 이렇다보니 부활 25주년을 맞은 지방의회가 지방정부의 견제를 받지 않는 토호세력의 권력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함께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지방의회 사무처가 감사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지방의원들의 업무추진비는 지방의원들의 쌈짓돈처럼 쓰인다. 술잔치를 벌여도 카드 영수증만 내면 그만이다.금액이 50만원 미만일 땐 참석 대상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50만원 이상 썼을 경우 쪼개서 결제하는 편법도 동원된다.이에 따라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주기적으로 상세히 밝혀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는 최근 불거진 시의회 업무추진비 관련 투명성과 신뢰성을 위해 월별공개와 집행 후 정산 과정이나 모니터링 과정에 시민이나 시민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 5가지 유형을 제안했다.29일 세종시민의 김(63)모씨는 “업무추진비를 의정활동에 쓰지 않았다면 환수 조치를 하고, 윤리위원회에서 엄하게 징계하는 등 지방의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의회 스스로 도덕성과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바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