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자본확충 규모도 방법도 ‘오리무중’

일부 조선사 법정관리 가고…용선료 미납해 선박도 억류

2017-05-29     송현섭 기자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간 협의에도 불구,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가 겉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29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6일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대해 “현재 논의 중이지만 자본확충 규모와 방식 등 구체적인 방안은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날 모 언론매체가 내년까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양대 국책은행에 투입돼야 할 자금이 최대 15조원에 달한다는 정부 추정치가 나왔다는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곧이어 또 다른 매체는 관련TF의 논의에 대한 금융당국 관계자 발언을 거론하며, 한은의 지원규모에 따라 유동적이나 최소 7조원, 경우에 따라 1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선 이들 국책은행에 들어갈 자금이 최소 5조원, 많게는 15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까지 들쭉날쭉 나올 정도로 윤곽조차 잡히지 않고 있어 금융시장에서 불안감만 조성되고 있다.더욱이 최근 STX조선의 법정관리에 이어 채권단이 성동·SPP·대선조선 등 중소형 업체 지원을 논의 중이나 업황전망이 좋지 않아 청산으로 가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의 경우 용선료 연체로 벌크선 ‘파라딥’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3일간 억류됐다 운행을 재개하는 등 협상을 통한 용선료 인하협상 및 출자전환 추진에 암운이 드리워진 상태다.이 같은 시급한 한계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도 불구, 정부는 여전히 국책은행을 통한 진행만 고집하며 한은의 지원과 책임만 압박할 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다만 기재부와 한은은 2차 협의체 회의에서 지난 2009년 시중은행 유동성 지원방법과 유사한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고 대출방식으로 자본을 확충한다는데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이는 이주열 총재가 직접 출자를 거부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지만, 한은이 요구하는 정부의 지급보증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직접출자 반대로 당국간 신경전과 책임공방은 여전하다.

금융권과 산업계에선 자칫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쳐 중장기 국내경기가 하방 경직되면, 회복되기 시작한 소비심리와 내수 활성화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역할과 관련해 필요한 자본의 규모나 확충방법 등이 정해져야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구조조정 실패시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급격한 경기 위축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중은행들의 충당금 추가적립 부담이 가중되고 추가로 철강·건설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예고된 가운데 정부가 향후 추진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당국간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가 겉돌고 있는 느낌”이라며 “당장 6월 중  만기가 오는 회사채를 비롯한 대형 조선업체 지원결정 등 과제가 많은데 정작 구조조정을 주도할 국책은행에 필요한 자본규모나 방법조차 정해진 것이 없어 답답하다”고 전했다.한편 일각에선 관계당국들이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견은 있어도 파국으로 가진 않을 것이며 한은의 지원에 재정의 역할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금융권 관계자는 “구조조정 문제는 기재부와 한은은 물론 금융위·금감원에 이르기까지 관계당국들이 모두 범정부차원의 공동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대출이든 직접출자든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법과 규모가 곧 정해져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