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고객 돈으로 '도박하나?'
"직원 설득으로 주식투자, 3일만에 2천만원 잃었다"
2007-07-29 권민경 기자
2003년 말 616건이던 소송건수는 2004년 3월 말 571건, 2005년 3월 말 531건, 올 3월 414건으로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이는 증권사가 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개인 고객의 소송이 현저히 감소한데 기인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한편 증권사별로는 대우증권의 소송건수가 46건으로 가장 많았고, 금액 역시 수익증권 관련 소송이 해결되지 않은 대우증권이 7천356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대우증권 본사 앞에서는 투자 손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한 고객의 1인 시위가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대우증권을 통해 주식 투자를 하다 며칠만에 수 천 만원의 금액을 손해봤다는 이 고객은 자신이 투자 중단의사를 분명이 밝혔음에도 대우증권 측이 통장에 들어있는 돈으로 허락도 없이 투자를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우증권에서는 이 고객의 주장이 말도 안 되는 억지라며 모든 투자는 철저하게 고객과 협의 하에 이루어졌다고 반박했다.
고객 '직원이 허락 없이 투자 손해 입어'
당시 영업점 내에 있는 상담원에게 도움을 받아가며 투자를 한 결과 오씨는 단 며칠만에 2천만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오씨는 6월 13일 계좌를 트고 펀드 상품에 투자를 해 800만원의 손실을 봤다.
그러나 곧 다른 상품에 투자하기를 권유한 상담원의 말을 듣고 재차 투자해 700만원을 회수.
불안한 생각이 들었던 오씨는 100만원의 손실을 입은 정도에서 그쳐야겠다는 생각에 상담원에게 더 이상의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상담원은 다음날 오씨 모르게 또 다른 상품에 투자를 해 이로 인해 또 다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 오씨의 주장이다.
더욱이 상담원의 계속된 투자 설득에 오씨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또 다시 주식투자를 하게 됐고, 결국 3일만에 2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잃고 말았다.
3천만원이 들어있던 오씨의 통장에는 5백만원이 채 못 되는 금액만 남게 됐고, 혼자 고민하던 오씨는 결국 남편 김모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게 된 것.
이에 남편 김씨는 상동지점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하고 책임소재를 가릴 것을 요구했지만, 대우증권 측에서는 200만원의 보상금액으로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더욱이 김씨는 "통장을 보면 2천만원 가운데 2주 동안 약 800만원 정도가 수수료로 나간 것으로 돼 있다" 면서 "결국 고객 돈을 가지고 장난을 치며 수수료를 챙긴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우증권 '고객과 협의한 내용 녹취록에 있어'
그러나 오씨의 이런 주장에 대해 부천 상동점 김모 지점장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 지점장은 "투자는 전적으로 오씨의 동의 하에 이루어졌다" 면서 "오씨가 무슨 상품을 사고, 무슨 상품은 팔라고 말했던 모든 내용이 녹취가 돼 있다" 고 반박했다.
이어 "회사측에서는 오씨에게 녹취록을 들어보라고 몇 차례 말했지만 오씨와 그의 남편 김씨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며 답답해했다.
(그러나 오씨의 남편 김씨는 "투자를 중단에 대한 것은 전화가 아니라 영업장에서 오간 얘기라며, 이에 대한 녹취록은 있을 수 없다. 설령 이후의 투자에 대한 녹취록이 있다 해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지우고, 유리한 것만 남겨놓을 수 있는 것 아니냐" 며 믿을 수 없다면서 "당시 영업장 내에서 집사람과 상담원 간에 언성이 오갔으니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 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또 "상담원이 200만원의 보상금을 말한 것은 과실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고 강조하면서 "고객과 마찰이 생겨봐야 좋을 것이 없고, 단기간에 큰 금액의 손실을 보게 한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위로금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다" 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가 지적하는 수수료 문제 또한 "옵션거래는 수수료가 일반 주식 거래의 3배에 달한다" 면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런가하면 김 지점장은 "본인이 원해서 주식을 해놓고, 손해를 봤으니 회사가 보상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면서 "정상적 행위에 대해서 이런 억지로 걸고넘어지면 금융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대우증권 입장에서는 차라리 소송으로 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즉 회사로서는 어떤 잘못도 한 것이 없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처리하면 떳떳하다는 얘기.
한편 대우증권 본사의 입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본사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본인이 주식 투자를 하다 손해 본 것을 도대체 왜 회사더러 물어내라고 하는 것이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씨가 억지 주장을 펴 회사에 피해를 주고 있어 '명예훼손'으로 오씨를 고소한 상태" 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우증권과 오씨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남편 김씨는 "이번 일로 인해 주식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 면서 "사람들을 부추겨 투자를 하게 만들어놓고, 설령 고객이 손해를 본다 해도 회사에서는 수수료만 챙겨갈 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도대체 증권사가 도박, 노름하는 곳과 다를 것이 없다" 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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