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구조조정 실탄 대손충당금 ‘33조원’ 넘어

특수은행 충당금 적립비율 미비

2017-05-30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은행권이 33조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33조56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지난 2008년 이래 최고치다.특히 지난해에만 3조5450억원이 증가해 5조826억원이 늘어난 지난 2010년 이후 연간 상승폭으로는 5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었다.   은행 종류별로는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이 16조6719억원으로 대손충당금 잔액이 가장 많다.   국내와 외국계를 합친 시중은행은 14조8586억원을 적립해 그 뒤를 따랐으며 지방은행은 2조372억원을 충당해 특수·시중은행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수은행이 가장 많은 충당금을 적립했지만 부실채권을 정리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특수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91.5%에 그쳤다. 국민·신한·우리·하나·SC·씨티 등 6개 시중은행의 평균 충당금 적립률이 145.3%에 달하는 것과 대비된다.국민은행은 3조7088억원(151.5%), 우리은행 3조7687억원(121.5%), KEB하나은행 3조2546억원(128.9%) 등 3개 시중은행은 각각 3조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았다.기업 구조조정의 큰 축을 담당하는 산업은행이 5조7625억원의 실탄을 지니고 있지만 적립률은 78.65%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다.산업은행은 적립률을 100%로 끌어올리려면 최소 1조5000억원이상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들의 대출 채권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해놓지 않아 추가로 들어갈 돈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산업은행의 대우조선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6조3000억원에 달한다.농협은행도 3조3462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지만 적립률이 79.65%로, 산업은행에 이어 최하위권에 속했다.이에 농협은행은 수조 원대의 충당금을 쌓는 ‘빅배스’를 통해 여신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특수은행 중에서는 기업은행만 ‘실탄’이 풍부한 편이다. 기업은행은 약 4조원의 충당금을 쌓아 적립률이 173.7%에 달한다.   한편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대우조선해양과 자율협약이나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창명해운에 대한 시중·외국계 은행의 익스포저는 3조2000억원 안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