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크린도어 작업일지 조작은 구조적 문제이다

2016-06-02     매일일보

[매일일보]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관련 정비용역업체인 은성PDS의 작업일지가 조직적으로 조작되어 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유지 보수 정비용역업체 은성PSD 소속 정비직원의 사망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업체가 작업일지를 ‘2인1조’로 작업한 것처럼 상습 조작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해 조작·책임 은폐 여부를 본격 수사하고 있다. 정비직원들이 구의역과 같은 사고 위험에 노출된 채 작업을 해왔다는 방증(傍證)이다. 지금까지 사고를 당하지 않고 작업을 해온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니 가히 충격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비작업 일지에는 늘 ‘2인1조’로 작업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실제 작업의 약 70%는 ‘1인 작업’이었다고 한다. 기록 대부분이 조작된 것이라는 의미다. 사고 당일 작업일지에는 ‘2인1조’가 아니라 숨진 김모(19)씨 이름만 올라 있었다. 작업일지 조작이 통상 정비작업 종료 후 이뤄진데다가 사망사고 탓에 조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일 사고가 안 났으면 누군가가 작업일지를 조작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경찰은 정비직원이 숨진 결정적 이유가 혼자 작업을 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동료가 있었다면 열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알려줘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근본 원인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적은 인원으로 정비에 나선 것에서 비롯됐다는 말이다. 작업표지판을 세우고, 전자운영실에 신고해야 한다는 기초 매뉴얼을 지킬 수 없었던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작업을 끝내야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일지 조작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은 경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번 사건이 마무리 된다면 이 같은 사건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작업일지 조작은 저임금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고를 당한 김씨가 점심도 제대로 못 먹어가며 받은 월급은 144만원에 불과했다. 은성PSD로 자리를 옮긴 서울메트로 출신들은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서울메트로에서와 같은 임금과 복리후생을 그대로 누렸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책임의식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라는 경험칙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