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는 법정시한 내 20대 국회 원 구성 약속 지켜라
2017-06-06 매일일보
[매일일보] 20대 국회의 원(院) 구성은 여야 3당이 전반기 국회의장을 어느 당에서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조차 모으지 못하고 있을 놓고 볼 때 법정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국회법에 따르면 20대 국회는 7일 첫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을 선출해야 한다. 오늘을 넘기면 대한민국의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은 스스로가 제정한 법을 어기게 된다.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과 구성은 그 사흘 뒤인 오는 9일이 시한이다. 이러한 규정은 14대 국회 때인 지난 1994년 6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국회는 법을 제정해 놓고도 이를 준수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그야말로 20년 넘게 자가당착(家里撞着) 내지 자기모순(本身予盾)의 극치를 보여 온 것이다.지난 4·13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담아 20대 국회를 여소야대(與小野大)와 3당 체제라는 새로운 구도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배타적 자세를 벗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을 챙겨달라는 여망이 담겨 있다. 그러나 여야 3당은 자신들의 유불리만을 따지며 힘겨루기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다보니 협상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새누리당은 현재 집권 여당인 만큼 국회의장은 자신들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여기다 운영·법사·기획재정·예산결산특별위·정보위 등도 국정에 필수적이라며 사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더민주는 원내 1당이라는 점을 내세워 국회의장은 물론 운영위원장과 정무위원장도 챙기겠다며 맞서고 있다. 야당이 국회의장을 했던 관례가 있다는 점도 강조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제3당이라는 위치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여야가 나눠 먹었던 소위 알짜배기 상임위인 기재·교육문화체육관광·보건복지·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산업통상자원위원장 가운데 2개는 가져가겠다는 목표다.여야 3당이 제각각으로 제몫 챙기기에 몰두하다 보니 원 구성 협상은 지지부진의 늪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의 원 구성 협상이 역대 가장 늦게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이러다 보니 현행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평균 51일가량 걸렸던 원 구성은 이번엔 두 달을 훌쩍 넘길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여야 3당이 정치력 부재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지금 여야는 같은 배를 타고 거친 바다를 항해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선장이 되어야 하느냐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서로 키를 잡겠다고 으르렁대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돛은 내가 조정하겠다는 주장도 터져 나오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국민 앞에 법정 기한 내 국회 원 구성을 마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公言)해 왔다. 이것이 공언(空言)이 되면 국민들은 20대 국회가 출항도 하기 전에 기대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여야가 진정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