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잃어가는 M&A 시장’ 매물만 넘쳐나

“원활하게 소화될 수 있는 방안 찾아야”

2017-06-07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애초 예상과 달리 거래는 지지부진한 채 매물만 넘쳐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 등 몇몇 M&A가 성공하기도 했지만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상당수의 M&A 건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산업은행 금융 자회사인 산은캐피탈 매각은 지난달 말 본입찰 단계에서 무산됐으며 칼라일이 매물로 내놓은 의류업체 약진통상의 매각 작업도 사실상 어려워졌다.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에도 장부가격이 5973억원인 산은캐피탈 매각을 시도했으나 예비입찰에 한 곳만 응하는 바람에 불발됐다.칼라일 매각작업에는 국내 사모펀드(PEF) 스틱인베스트먼트와 미국 PEF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복수의 국내외 투자자가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그러나 이들이 지난 2월부터 예비실사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매각 주관사인 JP모간은 여태껏 본입찰을 진행하지 못했다.국내 업계 4위 택배업체로 M&A 시장에 나온 로젠택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베어링 프라이빗에쿼티 아시아(PEA)와 매각 주관사 JP모간은 지난 3월 글로벌 물류업체인 DHL, UPS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3곳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그러나 두 달이 넘도록 본입찰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이랜드가 매물로 내놓은 킴스클럽도 주인 찾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올 3월 28일 일찌감치 미국계 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아직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이처럼 기업의 매각 작업이 표류하는 것은 매각자 측과 인수후보가 제시하는 가격 차이가 큰 것이 주된 원인이다.또한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PEF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움직임이 러시를 이루면서 시장이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물이 많이 나오는 것도 한 요인이다.넘치는 매물로 인수자(Buy-side)가 유리한 상황에서 매각자(Sell-side)도 제값을 받겠다고 버티는 형국이어서 M&A 시장에 활기가 돌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M&A는 적정 시점에 팔릴 수 있는 가격에 파는 게 정석”이라며 “동양, 동부 등이 부실 그룹으로 전락한 것은 부실 계열 기업을 매각할 때 희망 가격을 너무 높게 잡아 제때 못 팔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M&A 매물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