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회사채 상환부담 가중돼 ‘비상등’

포스코 뺀 대부분 업체 유동성 우려…선제 구조조정론 대두

2017-06-07     송현섭 기자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포스코를 제외한 주요 철강업체들이 회사채 상환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오면서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7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철강회사들이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발행해 조달한 시장성 차입금 상환만기가 향후 1∼2년 돌아와 가중된 상환부담으로 구조조정논의가 부상하고 있다.동국제강은 투자부적격인 ‘BB’등급이 부여된 뒤 지난 3월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225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내년 1월까지 갚아야 할 회사채가 4500억원에 이른다.이 회사는 오는 9월 700억원과 12월 346억원을 상환해야 하고 내년 1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3500억원에 달하는 만큼 불가피하게 시장에서 추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이는 동국제강이 지난 3월 기준으로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융권 단기 차입금이 1조4000억원이란 점에서 과도한 상환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전문가들은 포스코를 제외한 철강업체들이 향후 유동성 위기가 오기 전에 수익 창출 능력을 강화하고 채무규모를 감축하는 등 선제적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금융권 관계자는 “상환만기 연장이나 치환도 고려할 수 있지만 낮은 신용등급에 시장성 차입금인 회사채라서 채권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상환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불가능하다면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신용도가 더 떨어지고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동국제강은 지난 2014년 6월 산업은행과 체결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이행, 올해 6월 개선작업을 완료했으나 그동안 떨어진 신용등급 때문에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은 동국제강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566억원으로 4분기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실적의 호전에도 불구, 부적격 ‘BB’로 유지한 이유로 회사채 상환부담을 꼽고 있다.이런 상황은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로 우량 신용등급인 ‘AA’을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 1분기 별도회계 기준 영업이익이 255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9%나 급감하고, 내년부터 만기가 오는 회사채가 향후 3년간 매년 약 1조원에 달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현대제철이 보유한 3월말 현금성 자산이 6100억원이지만 갚아야 할 회사채는 올해 2000억원, 2017년 1조2000억원, 2018년 8700억원, 2019년 1조1000억원, 2020년 6600억원에 이른다.더욱이 현대제철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만기가 오는 회사채가 1조1300억원으로 당장 신용등급이 하락해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경우 곧바로 유동성 위기가 불가피한 상태다.반면 포스코는 올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1조원을 상회하고 있지만 3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조6800억원에 이르고 있어 일단 상환부담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한편 신용평가사 관계자들은 철강산업의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업황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많지 않다며, 업계차원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