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고는 매뉴얼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

2017-06-07     매일일보
[매일일보]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붕괴사고와 관련, 감리업체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근로자들에게 말을 맞추게끔 사전에 교육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대형 공사현장의 안전을 관리·감독해야할 회사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은폐까지 시도한 것으로 최소한의 윤리마저 져버린 파렴치한 행위다.사고가 나면 여론이 들끓기 마련이다. 특히 안타까운 죽음이 동반됐을 때는 더욱 가열된다. 단체장이든 기업체 사장이든 나타나 보상을 약속하고, 향후 재발방지를 다짐한다. 그리고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매뉴얼을 며칠 만에 발표한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일반화된 공식이다. 그리고 나면 끝이다. 차후에 이것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집행되는지는 알 바 아니다. 그나마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나 이 정도지 사망사고가 아닌 경우는 흐르는 물처럼 순식간에 잊혀지고 만다. 그러니 누가 비용을 감내해 가며 매뉴얼을 지키려 하겠는가. 매뉴얼은 그저 여론 무마용일 뿐이다. 지킬 의지가 없으니 재탕 삼탕 메뉴열도 부지기수다. 사고가 나면 들고 나오는 매뉴얼이 과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 발주자가 원청업자와 결탁해 저가로 공사를 맡기면 이것이 하청업계를 거쳐 재하청으로 넘어간다. 제대로 안전관리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비용을 들여 안전관리에 나설 경우 이익을 낼 수 없는데 누가 매뉴얼을 지키려 하겠는가.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매뉴얼을 지키지 않으면 줄줄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리기 전에는 이러한 사고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수리도 안할 사표를 받는 행태는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기만책일 뿐이다. 10명이든 100명이든 사표를 받았으면 수리해 보라. 누가 매뉴얼을 지키지 않겠는가.사고는 매뉴얼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다. 당장의 적은 비용을 아끼려다 더 큰 대가를 지불하는 행태를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가. 사고 발생 시 원청업체나 발주자에 대해서도 강력히 책임을 묻는 법안을 만들라는 주장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