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알보젠, ‘대표이사 무덤’

3년 동안 대표 4명 교체…‘실적 악화’ 우려까지

2016-06-08     홍승우 기자
[매일일보 홍승우 기자] 최근 글로벌 제약사 알보젠코리아가 잦은 대표이사 교체로 경영권에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지난 3년 동안 4명의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등 평균 임기기간이 1년도 미처 채우지 못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알보젠코리아 경영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글로벌 제약사 알보젠이 국내 제약업계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알보젠코리아의 잦은 대표이사 교체 시기는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12월 13일, 당시 알보젠코리아 대표이사로 자사 아시아태평양 영업부사장이었던 피터 케일이 선임됐다.피터 케일 선임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중외제약 마케팅 상무 출신 이주형 전 대표로 교체됐지만 이 전 대표도 미처 2년을 채우지 못한다.이어 2015년 1월 30일 알보젠 그룹 아시아 지역 BD 부사장인 지그프리드 크슬리서가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같은 해 4월 1일 이승윤 전 대표로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이승윤 전 대표는 1년을 조금 넘긴 시점인 올해 5월 31일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현재 알보젠코리아는 장영희(사진)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장 대표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순환기 및 소화기계 사업부 전무 출신으로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알보젠코리아는 그동안의 대표이사 교체에 관해 일괄적으로 ‘일신상 이유’라는 원론적인 이유를 내놨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장영희 대표의 임기기간도 그다지 길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앞서 잦은 대표이사 교체 원인으로 복제약(제네릭) 중심 사업구조가 꼽혔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회사 출신 수장들이 해당 사업구조에 적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여전히 알보젠코리아는 합병 이전 근화제약과 드림파마의 제네릭 제품들로 주력하고 있다.또 대표이사라는 직책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행사에 걸림돌이 많은 것이 이유로 꼽혔다.알보젠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직책은 사장이지만 실제 권한까지 그렇게 주어지진 않는다”며 “과거 대표이사 중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나간 분들도 계시다”고 말했다.업계는 잦은 대표이사 교체로 인한 일관되지 않은 경영진의 방침이 자칫 사내 분위기를 흩뜨리고,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업계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알보젠코리아가 아직까지 근화제약과 드림파마의 합병 시너지로 실적이 좋은 편”이라면서도 “향후에도 지금처럼 경영진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면 자칫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마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