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 디젤차에 대해 ‘환불 명령’ 내려라
2017-06-08 매일일보
[매일일보] 배출가스 조작이 확인된 폴크스바겐 디젤차(경유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환경부에 리콜 대신 환불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폴크스바겐의 리콜이 7개월 가까이 지체되자 구매자들이 더 이상 못 참겠다며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환경부가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을 확인한 것은 작년 11월 말이었다. 그럼에도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폴크스바겐 차량에 대한 리콜조치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된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차량은 약 12만대에 달한다.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처음 촉발된 것은 작년 9월 미국에서였다. 이것이 유럽을 거쳐 세계 각국으로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폴크스바겐이 전 세계적으로 1100만대 이상의 배기가스 조작 디젤차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당시 폴크스바겐은 사장이 직접 나서 배출가스 조작을 공식 인정했다. 미국에선 거액의 벌금 이외에 소비자 1인당 5000달러(약 580만원)의 배상금과 환불조치를 약속했다. 유럽에서는 배출가스 초과에 따른 환경 관련 세금을 대신 부담하겠다고 하는 등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섰다.그러나 폴크스바겐은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7일 폴크스바겐이 제출한 ‘리콜 계획서’에 대해 불승인했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 차량의 배출가스를 임의 조작했다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벌써 세 번째다. 더구나 폴크스바겐은 지난 3월 리콜계획서가 반려됐음에도 마감 시한인 5월31일도 지키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조차 폴크스바겐이 리콜 명령을 이행할 의사가 있지는 의심스러울 정도라는 토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보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구매자들은 더욱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이나 유럽에선 머리를 숙이면서도 한국에서는 고개를 뻣뻣이 드는 고자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대로 가다간 폴크스바겐 디젤차에 대한 리콜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현행 대기환경보전법 90조에는 리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금까지의 폴크스바겐 행태를 보면 어차피 재판에 가더라도 집행유예나 벌금으로 마무리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지 않나 의심된다. 이런 상황에서 리콜 계획서 제출기한을 또다시 연장해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차라리 환경부가 ‘리콜 불능’을 선언해 즉시 환불 명령을 내리는 게 맞다. 더 이상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인식하게 해서는 안 된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최근 검찰이 압수한 유로 6 차량 959대에 대해서도 배출가스 조작 여부를 즉각 조사해야 한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EA288 엔진장착 차량에 대한 조작도 시인했던 사실이 있지 않는가. 좌고우면(左顧右眄)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