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지연 전망 고려… 정부 구조개혁 함께 가야”
기준금리 1.25%… 이주열 “급속한 자본유출 우려할 상황 아냐”
2017-06-09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부진한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한 것은 금융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금통위에 앞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한 설문 결과를 보면 채권시장 전문가 중 79.4%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엔 다음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예정이고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와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투표가 남아있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하지만 여러 불안요인이 남아있긴 하지만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고려했다고 이 총재는 밝혔다.다음 주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어쨌든 금융시장의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줄고 한은도 안정적인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면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달 금리를 내려도 급속한 자본유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한편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언제 생각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지난 주말”이라고 답했다.이어 “하반기에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글로벌 교역 부진의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하방 리스크가 있는 점을 고려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구조조정의 부정적 영향을 선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금통위원들은 지금 한은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이 총재는 그동안 부진한 국내경기의 회복세에도 계속 기준금리를 동결해 정부를 비롯한 대내외에서 인하 압박을 받아왔다.한은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도 경기 흐름이 하락할 위험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내수의 개선 움직임이 약화된 가운데 국내 성장 경로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한 바 있다.이제 공은 다시 정부로 넘어간 모양새다. 이날 한은이 경기의 하락 위험이 커졌다고 밝히고 다음 달 성장률 전망을 또다시 낮출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정부의 구조조정 대응과 추경 등 경기대응 정책이 주목받게 됐기 때문이다.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위기에 대응하려면 통화정책뿐 아니라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재차 밝혔다.그는 “지금의 저성장은 경기순환적 요인 외에 구조적 요인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며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할 수는 없으며 정부의 재정과 구조개혁이 함께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