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전방위 압수수색에 ‘패닉’ 상태
신동빈 회장·이인원 부회장 집무실도 집중 수사
가습기살균제에 롯데면세점 입점로비, 홈쇼핑 중징계 등 악재 이어져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롯데그룹이 ‘패닉’에 빠졌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태, 정운호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등으로 술렁이던 롯데그룹이 이번에는 검찰로부터 비자금 수사까지 받으며 큰 충격에 빠졌다.
10일 오전 8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 소속 검사와 수사관 약 200여명은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정책본부에 나와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신동빈 회장과 이인원 부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26층도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제2롯데월드 신축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부터 형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 치열한 경영권 싸움을 벌여온 신동빈 회장은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 정운호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롯데홈쇼핑 중징계에 이어 이번 비자금 수사까지 악재가 연이어 찾아들었다.
특히 이번 비자금 수사의 화살이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 강도는 더 클 전망이다.
검찰은 신 회장 등 롯데 오너 일가가 계열사 간 자산거래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수사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회계장부를 확보해 신동빈 회장의 횡령 배임, 탈세 등 검찰 고발을 준비 중이었는데, 이번 수사는 신 전 부회장 측의 고발이나 제보와는 별개로 검찰이 자체적으로 추진한 것이어서 신 전 부회장 측의 고발까지 더할 경우 그 파장은 배가 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도 압수수색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면세점 입점 로비 차원에서 신 이사장 등에 금품을 건넨 단서를 잡고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으로 신영자 이사장 관련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그룹의 롯데마트는 지난 2005년 PHMG(폴레헥사메틸렌구아디닌)를 원료로 PB가습제 살균제를 제조 판매하다 중단한 바 있다. 이 성분은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로 옥시 제품의 성분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검찰 특별수사팀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했던 현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롯데홈쇼핑은 작년 말 홈쇼핑 재승인 과정에서 임원 2명이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을 ‘공정성 평가 항목’에 반영하지 않은 사실이 감사원 결과 드러나 미래과학부로부터 9월28일 이후 6개월간 ‘프라임타임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맞았다.
롯데그룹으로서는 임직원들의 잇단 압수수색과 구속, 중징계 등의 악재가 끊이지 않아 향후 있을 호텔롯데 유가증권시장 상장, 잠실 롯데면세점 재승인 등 그룹의 큰 이슈에 악영향을 끼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아직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 좀 더 지켜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