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에 추가 실적 악화’ 이중고 겪는 은행권
"구조조정 기업 신규지원 어려워질수도"
2017-06-12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부실을 처리해야 하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로 실적 악화가 예상돼 적극성 띄질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1.5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년간 저금리 기조가 꾸준히 지속되면서 은행들의 실적의 핵심인 순이자마진 지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은행 전체이익의 80% 이상을 이자 이익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한은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 더 축소되면 순이자마진은 역대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유진투자증권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인해 은행권 이자 이익이 올해 3분기 862억원, 4분기 527억원 등 하반기 14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의 방향이 지속적으로 내려간다면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데, 다른 돌파구는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은 평균 5%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은행권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채무를 해소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채무를 충당금을 적립해 처리해야 하는데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 ‘빅3’에 대한 은행권 여신은 50조원이 넘는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확정한 금융당국이 낙관적인 입장이나 국내 은행들은 조선사 여신을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채권 등급을 낮춰 충당금을 쌓는 작업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등급을 ‘요주의’로 한 단계 낮췄다.이번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신한은행은 200억∼3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B국민은행도 1분기 중 대우조선해양 여신 7100억원에 대해 105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다. 통상적으로 정상 여신은 충당금이 필요하지 않지만 한 단계 아래인 요주의는 대출 자산의 7∼19%, 고정 이하로 분류되면 손실이 불가피한 여신으로 본다.또한 여신 등급 가운데 고정 등급은 대출자산의 20∼49%, 회수 의문은 50∼99%, 추정손실의 경우 100%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따라서 은행들의 충당금 재설정 시기는 올해 2분기에 집중될 것이며, 이 같은 충당금 적립부담이 올해 은행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실제로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4년 6조원에서 작년 3조4000억원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초저금리로 은행 경영실적 악화가 우려되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주요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해 조선사 구조조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조선 빅3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중은행이 조선사 여신을 축소하면 애써 마련한 자구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면서 거래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곧바로 은행들이 조선사에 대한 여신을 타이트하게 조이지 말아 달라는 의미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권 입장에선 쉽지 않은 과제지만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을 살리기로 했다면, 충분한 자금 공급으로 정상화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자금 회수도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