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마다 회계법인 ‘원죄론’…뭐가 문제인가

‘빅4’ 과점체제서 수임경쟁 심화·보수 낮아져 윤리의식 추락

2017-06-13     송현섭 기자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조선·해운 등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또다시 회계법인의 부실한 외부감사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13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경영전반의 비리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수조원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회계감리 역시 가속도가 붙고 있다.특히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회계법인 대표이사에게 부실감사의 책임을 물어 공인회계사 자격을 박탈하는 고강도 제재법안을 재추진키로 결정하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대우조선 사태는 작년 5월 과거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소위 ‘빅배스’(Big Bath)로 당해 연도에 무려 5조5000억원의 영업적자가 반영되면서 시작됐다.수조원대 분식회계 의혹과 부실감사 책임론이 나오자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지난 3월 추정 영업손실 5조5000억원 가운데 2조원을 2013·2014년에 나눠 반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안진회계는 대우조선에 재무제표 정정을 요구했고 회사측은 이를 수용해 2013년 7700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2014년 7400억원, 지난해 2조9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수정 공시했다.결국 대우조선이 2013년과 2014년 연속흑자 공시는 허위로 드러났고 작년 12월부터 진행된 금감원 심리결과에 따라 안진회계 존폐논란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매번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위기상황마다 반복되는 부실감사 논란의 원인은 1차적으로 피감회사와 회계법인간 유착관계에 따라 분식회계를 묵인해온 해묵은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행 외감법에 따라 피감회사가 외부감사를 맡을 회계법인을 선정토록 하고 있는데 소위 ‘갑을관계’가 형성된다”며 “만약 피감회사의 입맛에 맞추지 못할 경우 막대한 수임료 손해가 불가피해 여전히 분식회계를 묵인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1990년대말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태로 산동회계가 공중 분해된 이후 외부감사의 품질이 높아지고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회계법인 차장급 이상으로 진급하고 파트너급 회계사가 되면 수임실적에 시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는 삼일PwC와 딜로이트안진, 삼정KPMG, EY한영 등 ‘빅4’ 과점체제 하에서 2014년 기준 외감시장 전체의 56.9%를 이들이 점하고, 수임경쟁 때문에 피감업체와 유착관계가 형성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결국 ‘빅4’는 물론 나머지 회계법인 역시 피감회사를 잡기 위한 저가 수임경쟁이 심화되면서 감사보수가 하락, 부실감사나 일부 회계사의 일탈을 부추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한 재무전문가는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회사와 회계사 중에는 감사를 받는 회사의 요구로 분식회계에 가담해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 보수가 낮아지면서 감사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로 차명 주식거래를 하는 등 일탈행위도 종종 나오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그는 이어 “최근 부상한 부실감사 논란을 단순하게 회계법인과 회계사들의 윤리문제로만 보지 말고 외부감사제도 전반에 걸쳐 합리적인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분식회계·부실감사 의혹이 나오는데 대해 업계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부실감사 여부는 심리결과에 따라 제재조치로 이어지고 있지만 개별 회계사에 대한 징계권은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에 위임돼있다”며 “기업회계 투명성 제고와 외부감사제도 개선은 추후 관계법 개정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