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은행 외화 LCR 의무적으로 지켜야
뱅크런 대비 80%까지 비축… 외은지점은 제외
2017-06-16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이 내년부터 권고에서 ‘의무’로 전환된다.외화 LCR은 뱅크런(은행자금 대량이탈)을 가정한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30일 동안 빠져나갈 외화에 대비해 즉시 외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 비율이다.LCR이 높다는 것은 현금화할 자산이 많아 은행들이 위기 상황이 벌어져도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현재 50%인 LCR을 내년 60%, 2018년 70%, 2019년 80%까지 높여야 한다.의무적으로 적용되는 LCR이 높게 설정되면 자연스레 단기 외화차입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앞으로는 개별 은행이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위기를 막아내도록 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LCR 규제 적용 대상은 국내 시중은행에 한정된다.기업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에는 내년 40%, 2018년 60%, 2019년 80%가 적용된다. 매년 20%포인트씩 비율을 높여야 한다.산업은행의 경우 국내은행의 외화공급 역할을 하고 외환 부문에서 정책금융기능을 한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최종 규제 비율을 60%로 시중은행보다 20%포인트 낮췄다.외화부채가 5억달러(약 5900억원) 미만으로 작은 은행과 수출입은행, 외국은행의 한국지점은 제외됐다.시중은행 중에선 전북, 제주, 광주은행만 규제 대상이 아니다.외국은행 한국지점의 경우 자국 본점과 지점 전체가 LCR 규제를 받는다는 점, 본점에 지점에 대한 유동성 지원 확약서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규제 대상에서 뺐다.해당 은행들은 매 영업일 외화 LCR 비율을 산출하되, 월평균 비율만 규제 수준 이상으로 맞추면 된다.월말에 일시적으로 고유동성 자산을 매입해 LCR 비율을 높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금융 위기가 발생하면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일정 기간 LCR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규정도 마련했다. 은행들이 LCR 규제를 지키느라 실물부문 외화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은행들이 LCR 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1~2회 위반시 사유서·달성계획서를 제출하고 3~4회 위반 때는 규제 비율을 5%포인트씩 높여야 한다. 5회 이상 위반하면 LCR을 맞출 때까지 신규 차입이 정지된다.금융당국은 LCR 규제를 도입하면 대외 충격이 와도 은행들이 거래가 가능한 자산을 확보하고 있어 위기 대응 여력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은행이 보유한 외화가 3개월 미만 단기대출인 외화 콜론에서 선진국 국채, 우량 회사채 등으로 다변화하면 유동성의 질 또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