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당국, 추경에 ‘무게중심’…고용확대 주안점
조선·해운 구조조정 본격화로 대량 실업사태 대응차원
2016-06-19 송현섭 기자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정부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본격화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가 우려됨에 따라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19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7일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열심히 고민 중”이며 “적당한 조합을 만들어 빨리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는 유 부총리가 지난 4월 구조조정에 따른 추경논의에 대해 “대규모 실직사태가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의 요인이 된다면 생각해보겠다”면서도 “현재 추경이 필요하다고 속단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재정당국은 올 하반기 경기부양과 고용 안정화 등 재정부문의 역할이 일단 추경 편성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이는데 예산안 규모와 용처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예상대로 추경 편성이 확정되면 정부가 구조조정의 후폭풍으로 예고된 대량실업에 대한 고용 안전망 확충에 대비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또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용 창출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더불어 민간 소비를 진작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는 기업 구조조정을 앞둔 한국은행과의 신경전에서 재정당국의 역할 등 압력이 있었음에도 불구, 현 경기상황이 추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과 다른 면모다.상황은 통계청이 지난 15일 5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반전됐는데 경남지역 실업률이 지난해보다 1.2%포인트 오른 3.7%로 전국에서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또한 조선소가 밀집된 전북·울산 실업률도 상승해 국가재정법상 요건인 대량실업 가능성이 높아져 유 부총리는 지난 16일 2차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잉여세수를 활용한 추경안에도 긍정적 시그널을 보냈다.따라서 추경 편성규모가 얼마나 될지, 어떤 식으로 재원을 조달할지가 관심거리인데 금융권은 작년말 제시된 성장률 3.1% 달성을 위해선 20조원대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작년 6월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전제한 뒤 올해 목표치 3.0%를 달성하기 위해선 22조원에 달하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분석키도 했다.다만 한은과 한국개발원(KDI) 등 주요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는 2.4∼2.8% 수준으로 3%대 정부의 목표와 격차가 나기 때문에 적어도 10조원대 후반에서 2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는 경우가 많다.최근 10년간 총 5회 추경 중 은행 유동성 위기가 우려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8조4000억원으로 가장 컸고 2006년 태풍 에위니아 및 호우피해 지원을 위한 2조2000억원, 2008년 고유가로 인해 4조6000억원 등이 편성된 바 있다.또한 2013년 현 정부 들어서도 경기침체·세수결손 등으로 17조3000억원의 대규모 추경이 편성됐으며 작년에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로 11조6000억원이 편성됐다.반면 일각에선 올해 재정여력이 취약해 대규모 추경 편성이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잉여세수를 동원한 추경 편성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이는 올해 들어 4월까지 국세 징수액이 전년 동기대비 18조1000억원 늘어나 초과 세수를 활용하는 세입증액 경정방식이 유력하다는 것이 재정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다만 추가 세수 가운데 지방교부금을 제외하면 실제 추경에 동원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 상당부분 국채를 발행해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당국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정부 관계자는 “아직 추경 편성도 확정된 상황이 아니라 구체적인 규모와 재원조달 방법 등을 논의하기는 이르다”면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확정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