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특별기획 ③ 수술대 오른 공기업 개혁] ‘민영화 논란’ 재점화…찬반의견 분분
전기·가스부문 상장 방침에 민영화 논란 대두
정부 부인 속 공적자원 요금 인상 우려 확산
2016-06-21 이한듬·최수진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최수진 기자] 정부가 무리한 사업으로 부채가 대폭 늘어나는 등 공공기관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자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 칼을 뽑았다.그러나 에너지 공기업 일부를 민간에 개방하는 방안도 공공기관 기능조정안에 포함되면서 에너지 공기업의 ‘민영화’ 논란이 불거지며 입장차에 따른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경쟁통한 효율성 제고…“민영화 아냐”정부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개최하고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기능조정안에는 에너지 공기업 상장, 자회사 정리, 유상증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포괄적으로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정부는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가스기술공사를 비롯해 남동발전 등 발전 5개사의 지분을 민간에 공개적으로 상장하겠다는 것이다.정부는 해당 에너지 공기업의 지분 전체의 20~30% 가량을 상장해 자금을 마련하고 정부는 51% 수준의 지분율을 보유하는 혼합소유제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상장을 통해 또 가스기술공사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 부채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며, 나아가 에너지사업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까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정부는 민간 개방을 통해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방지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한전, 가스공사 등 5개 에너지 공공기관 및 3개 금융·레저 공공기관의 상장 효과에 대해서 조세재정연구원이 연구한 결과, 상장 이후 공기업의 투명성, 상업성, 투자 접근성 등이 모두 개선됐다고 설명했다.현재 전기의 경우 한전이 도매, 소매 독점하고 있는데, 소매 시장에서는 민간기업과 경쟁을 하며 효율성을 제고하는 경영이 이뤄져야한다는 시각이다.노형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차관보는 “지분을 민간에게 일부 개방한다고 해서 ‘민영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여전히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을 정부가 갖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부패한 정권은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노암 촘스키 교수가 1999년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라는 책을 통해 “부패한 정권은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며 민영화 정책을 비판했다. 최근 공기업 민영화 논란이 거세게 일자 민영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노암 촘스키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 것.공기업의 방만경영을 개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에너지 공기업 상장을 통해 가격 인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크게 우려를 사고 있다.정부는 민간 기업과 경쟁하면 전기, 가스 등의 가격이 인하되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은 결국 수익성을 추구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도 서민층의 부담이 다소 가중될 수 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더불어민주당 역시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안에 대해 “공적자원을 민간기업과 판매경쟁하는 것은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고 소비자 편익은 감소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며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 개편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미치는 역할이 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가적으로 공기업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법적인 조치가 없어 언제든 또 다시 민간 기업에 지분 매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정부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영권이 정부에 있지만, 추가적으로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회사의 경영권이 민간 기업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되는 것. 공기업 노조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경영난이 지속되면 또 다시 지분 매각 방안이 제기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이 외에도 원자력 등 안전문제가 중요하게 인식돼야하는 한수원의 경우 민간기업과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보다 안전성을 강화하고, 철저한 안전사고 대비를 통해 예상치 못한 비효율적인 운영을 경계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