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IPTV, 정부 방해로 갈피 못 잡아

방-통융합 출발부터 삐걱...TV로 하는 인터넷 아직 먼길

2007-08-13     한종해 기자
[매일일보 한종해기자]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출범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는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단일규제기관’의 신설이 주목적이지만 시동도 걸기 전에 또다시 IPTV(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여 정보 서비스, 동영상 콘텐츠 및 방송 등을 텔레비전 수상기로 제공하는 서비스)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하나TV 상용서비스를 계기로 ‘방송인가 통신인가’라는 해묵은 논쟁은 방통융합을 다룰 제도적 틀을 구축하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하나로텔레콤이 TV포탈을 서비스한 데 대한 제재 조치를 검토하자 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하나로텔레콤이 지난달 24일 ‘하나TV'를 상용화한 후 해묵은 IPTV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이를 방송서비스로 규정하고 제재방침을 밝히자 하나로텔레콤은 주문형 비디오(VOD)라며 강력반발하고 있다.기술적으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뉴미디어는 IPTV. 하나TV는 준IPTV로 볼 수 있다. 이미 미디어학계에서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위성방송에 이어 제4의 미디어가 될 것이란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해 IPTV가 방통융합의 중심미디어가 된다는 이야기다.

미디어백뱅의 기폭제 IPTV 점화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TV서비스인 IPTV는 고선명 멀티미디어서비스를 TV단말기로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기족은 TV를 보는 개념이 아니라 시청자와 프로그램 제공자의 상호작용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 IPTV만이 갖는 매체적 차별성이다. 주문형 비디오(VOD), 화상전화, 전자상거래, 온라인게임, e-러닝 등 활용분야가 광범위하다. 더욱더 광대역통신망과 연결된 무선인터넷서비스, 즉 와이브로(Wibro)서비스와 결합한 단말기 등으로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그동안 수동적인 소비자들은 IPTV의 쌍방향성으로 이제 능동적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2002년부터 시험서비스가 시작돼 2003년부터 상용서비스가 이미 이뤄지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IPTV는 검증된 사업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각 국가별로 미디어의 소유구조와 관련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도입에 시차를 보이고 있다.

조만간 IPTV가 상용화될 경우 지상파 중심의 기존 방송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 외에 이미 1400만 가구를 확보한 케이블TV, 가입가구190만 명을 넘어선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등과의 치열한 시청자 확보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IPTV는 미디어빅뱅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IPTV 미디어융합의 결정판 될 것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인터넷이 바꾸는 미디어산업’이라는 흥미로운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미디어산업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변혁을 경험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의 미디어산업 재편은 디지털패러다임 전환의 서막에 불과하며 2010년을 전후해 미디어업계 판도에 대변화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디어산업 재편의 기폭제가 된 인터넷은 2010년을 전후해 인프라정비가 완료되면 제2의 산업재편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마디로 뉴미디어상황은 향후 2~3년 내에 완전히 그 틀을 뒤바꾸고 ‘영상’과 ‘무선’으로 미디어시장이 재편된다는 의미다.

통신과 방송업계는 오는 2010년 디지털방송 전환이 완료되고, 광대역통신망(BcN)과 휴대인터넷, 차세대 이동통신이 도입되면 유, 무선 네트워크를 통한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 경기 당시 포털 야후의 인터넷 중계를 통해 경기를 시청한 사람은 160만 명으로 지상파방송 시청자수(140만 명)를 추월했다. TU미디어의 위성DMB 가입도 중계기간 중 3만 명이 증가하는 폭증 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하나TV’상용 서비스로 모습을 드러낸 IPTV는 폐쇄형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해 지상파 방송뿐만 나이라 케이블TV와 인터넷, 인터넷전화(VolP), 데이터방송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통신업체들은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케이블방송 등 소위 TPS(Triple Play Service)에 이어 이동통신을 추가한 QPS(Quadruple Play Service)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현재의 초고속인터넷(xDSL)보다 10배 이상 빠른 광통신망이 구축되는 향후 2~3년 내에 고화질 TV급의 영상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디어융합은 단순한 기술적인 진화수준을 넘어 우리사회의 트렌드를 뒤바꾸는 동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미디어 융합이란 융합 또는 컨버전스(convergence)는 ‘경계는 사라지고 분절된 영역은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기존 방송은 일 방향에서 양방향으로 진화하고, 통신망을 통해 방송콘텐츠가 곧바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또 소비자는 방송망을 통해 인터넷이나 전화 등의 통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융합은 방송망과 통신망의 구분이 흐려지면서 나타나는 필연적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여러 개를 녹여서 하나로 합쳐지는’것을 뜻하는 융합은 단순히 합친다는 통합과는 다른 개념이다. 즉 물리적 통합이라기보다 화학적 결합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통신망을 통한 방송서비스는 IPTV와 인터넷방송, 휴대전화 방송 등을 들 수 있다. 반대로 방송망을 이용한 통신서비스는 케이블TV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와 인터넷 전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광대역통신망(BcN)의 등장과 3세대 모바일 기반 미디어서비스의 활성화 등으로 융합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통신업체들은 케이블TV사업자들이 전통적인 통신영역에 진입하는 것에 대한 경쟁전략으로 IPTV를 추진 중이고, 인터넷과 전화서비스를 추가하면서고 기존의 케이블TV 서비스가격보다 더 싼 가격에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KT경영연구소 김영석 책임연구원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서비스는 IPTV나 데이터방송, DMB, 인터넷방송을 포함해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를 들 수 있다”면서“특히 IPTV는 새로운 서비스의 시작이며 방통융합의 결정판”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 운영 삐걱삐걱

하나로텔레콤은 7일 최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방송위에 낸 TV포털 서비스 질의와 관련, 지난 3일 방송위가 하나TV서비스를 방송으로 간주해 방송법에 따라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회신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표적 방통융합 미디어인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를 둘러싸고 수년째 대립해온 방송위와 정통부가 다시 맞설 경우 방통융합추진위 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무조정실 산하 기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는 지난달 28일 방송위원장과 정보통신, 산업자원, 문화관광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국무조정실장 등 6개 부처 당연직 인사와 14명의 민간위원 등 총 20명으로 출범했다.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방통융합추진위의 양대 축인 방송위와 정통부가 본격적인 융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하나TV문제로 감정대립을 할 경우 방통융합 시대를 대비한 규제와 정책을 마련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달 24일 TV포털 로서 하나TV상용 서비스를 개시한 하나로텔레콤은 하루 2000~2500명이 가입, 지난 6일 현재 가입자는 2만2000명으로 증가해 제4의 미디어로서 IPTV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VOD서비스를 방송으로 간주하면 방송위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VOD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는 다른 포탈과 사이트의 웹 서비스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방송위 관계자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원칙 아래 IPTV는 케이블 사업자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포괄적 규제 대선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조만간 방송위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상파 등 실시간 방송 콘텐츠만을 방송법 규제 아래에 놓고 나머지 콘텐츠는 규제를 최소화하자’는 정통부와 ‘IPTV전체를 방송 서비스로 보고 방송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방송위가 기존 입장을 다시 고수할 경우 방통융합추진위의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방통융합의 체계적 총괄기구 필요

세계 최초로 지난해 상용화된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이전부터 SK텔레콤은 준(June), KTF는 핌(Fimm)을 통해 사실상 방송서비스를 해왔다. 방통 융합서비스는 이미 실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출하며 디지털 의식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미 3500만대 보급률을 넘어선 휴대전화는 이제 단순 통신 수단이 아니라 다양한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즐기는 대표적인 융합미디어로 자리 잡았다.미디어의 개인화와 보편화는 미이즘(Meism, 자기중심주의)과 사이버노매드(Cyber Nomad)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미이즘은 10~30대에서 자기중심적 사고와 개성을 표현하는 라이프스타일로 ‘남과 달라야 한다’는 식의 대인적 소비양태다. 또 디지털이라는 현실세계와 자신의 관념세계를 연결하는 사이버노매드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DMB 등 디지털미디어를 소지한 10대 등 젊은 층에서 구체화되고 미디어소비가 이뤄지고 있다.서강대 신문방송학과 현대원 교수는 ‘퍼스널미디어’화와 관련, “유선과 무선, 방송과 통신의 유기적인 네트워크 통합의 구조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속한 상태로 풍부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양방향으로 가능해질 것”이며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체계적으로 다룰 총괄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악재가 호재로...하나로텔레콤 가입자 폭발적 증가

한편 TV포털 하나TV를 둘러싼 방송통신 융합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하나로텔레콤은 하나 TV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8일 하나TV서비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달 말까지 전국 대도시 순회 행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나로는 이날 부산에서 설명회를 시작으로 18일 대구, 22일 광주, 24일 대전, 28일 경기도 분당, 30일에는 일산에서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또 이 기간 길거리 홍보를 위해 제작된 하나TV시연차량도 운영, 하나TV의 다양한 콘텐츠와 편의성을 소개할 예정이다.

하나로 측은 “이날 부산설명회에서 유통업체 관계자와 지역주민 등 150명가량이 설명회에 참석해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방통융합논란이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유발, 인지도 확산에 오히려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방송위원회가 하나TV를 방송서비스로 간주, 제재의사를 밝힌 이후 하나TV에 관해 문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하나로 관계자는 “방통 논란 이후 하나TV의 서비스내용을 묻는 전화문의가 빈번하고 네티즌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가입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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