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특별기획 ④ 수술대 오른 공기업 개혁] 인력감축, 또 다른 뇌관 될까

조직 축소 및 감원 시사…노조와 마찰 가능성 커져
“근로자에 부실책임 전가”…“노조 반발에 개혁 난항 우려”

2016-06-22     이한듬·최수진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최수진 기자] 재계에 번진 효율성·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직 및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 바람이 공공기관으로도 번지고 있다.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개혁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지만 대규모의 인원감축도 예상돼 노조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또한 방만 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적자·부채에 결국 몸집 축소지난 14일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석탄공사 등 에너지·자원 공공기관의 부실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조직의 축소, 부채를 줄이기 위한 상장 등의 계획안이 공개됐다.5개 기관을 통폐합하고, 2개 기관의 단계적 구조조정, 29개 기관 기능개편 내용이 논란을 빚고 있는 데에는 인력의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한국석유공사는 6개 본부를 4개로 줄이는 등 부서 23%를 줄인다. 기존 5본부 1원 43개 부서를 4본부 33개 부서로 축소하는 것.석유공사는 오는 2020년까지 본사를 비롯해 해외자회사 직원의 30% 수준인 1258명을 감축한다.앞서 언급됐던 가스공사와의 통합안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651명의 인원을 감축한데 이어 1000여명의 인력이 또 다시 줄어들게 됐다.대한석탄공사는 신규 채용도 중단한다. 단계적으로 정원을 줄이고 감산계획을 수립해 생산을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아직 구체적인 연차별 인원 감축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신규 채용이 이뤄지지 않고 매년 인력과 생산을 줄인다면 결국 폐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한국광물자원공사 역시 석탄공사처럼 신규 채용을 중단한다. 오는 2020년까지 100여명 수준의 인력을 감축할 방침이다.지난해 11개였던 해외사무소도 내년까지 3개로 줄이고 국내 조직도 17% 축소가 이뤄질 예정이다.◇ 부실경영 책임전가에 노조 반발지난해 말 기준으로 석탄공사의 부채는 1조6000억원에 달하며, 같은 기간 광물자원공사의 부채비율도 6905%나 돼 이번 구조조정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수순이다. 그러나 공기업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1200여명의 인력 감축이 계획된 석유공사 노조는 대규모 인력 감축에 반발하고 나섰다. 김병수 석유공사 노조위원장은 “인력을 무조건 줄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강력한 투쟁을 시사하기도 했다.이번 공기업 기능조정안에 폐광 정책 및 매년 인력을 대폭 감축할 것이라는 계획이 빠져, 석탄공사 노조는 최근 단식투쟁 등 강경한 투쟁을 벌이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하반기 인력 감축안의 내용에 따라 언제든지 강경노선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특히 공기업 노조는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와 지원을 해왔으면서, 피해는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이 받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더구나 부실 기관들의 기관장의 징계나 해임은 이뤄지지 않아, 책임이 근로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난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그러나 일각에서는 노조의 반발로 공기업 개혁이 잇단 반대에 부딪혀 또 다시 말뿐인 계획으로 남을 것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공기업 개혁안은 매 정부 핵심 정책으로 떠올랐지만, 방만 경영은 개선되지 않았다. 만성 적자와 부채비율이 높아질수록 밑 빠진 독에 혈세만 쏟아 부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