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수산 집안싸움에 쭉~ 쭉~ 찢어지나

대주주 일가 경영권 다툼... 기업 등 터진다

2007-08-13 이재필 기자

[매일일보 이재필 기자] 오양맛살을 선보이며 오랜 시간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자리 잡은 오양수산이 대주주 일가의 집안싸움으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가족 간 다툼이 법적 분쟁으로 까지 이어져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김성수 오양수산 회장의 장남인 김명환 오양수산 부회장은 모친인 최옥전 여사를 상대로 산업금융채권 39억 4800만원어치를 돌려달라는 채권 반환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부회장은 “채권은 원고가 저축 등으로 마련한 돈으로 2000년~2001년 매입한 후 부친께서 사식들의 낭비를 막기 위해 서건정 오양수산 감사에게 맡겨 관리하게 했다”며 “서씨가 2001년 자신이 관리하던 이들 채권을 돌려주려 집을 방문했는데 때마침 부친이 부재중이어서 인수증을 받고 피고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고는 이들 채권의 소유자로서 피고에게 채권 반환을 간청했으나 현재까지 불응하고 있어 소송을 제기 한다”고 전했다.

오양수산 대주주 일가에 불어닥친 재산 다툼. 이 싸움의 발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단이 된 지난 2003년 정기주주총회. 이날 김 부회장의 경영권 획득과 이를 저지하려는 가족들의 마찰이 붉어지면서 가족 전쟁은 시작됐다.

병상투병 창업주, 아들과 반목... 가족 전체 불화로

오양수산의 최대주주(35.2%)로서 병상에서 오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김 회장, 그는 대리인을 시켜 이날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장남인 김 부회장의 이사재선임을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대리인은 주총장에서 벌어진 물리적 압력으로 인해 의결권 행사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원안은 그대로 통과됐고 김 회장은 회사를 상대로 주총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오양수산 일가의 집안싸움은 시작되었다. 한번 어긋난 부자간 다툼은 가족 관계 전체를 불신으로 몰아넣으며 결국 김 부회장 대 모친인 최 여사와 네 사위들이라는 대립구도로 자리 잡게 됐다,

가족 간의 다툼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대주주 김 회장은 오랜 투병 생활로 인해 이를 어찌 막을 수 없는 상태.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가 제대로 돌아 갈리는 만무하다. 오양수산이 이처럼 내란으로 멍들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임직원들은 ‘현재 상황은 회사 최대의 위기’라고 전하며 원인 제공자인 대주주 일가를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달 26일 오양수산 임직원 100여명은 대전고등검찰청 앞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회사의 존립기반과 종업원들의 고용에 심각한 위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다음날인 27일에는 한 언론사를 통해 ‘경영권 안정과 생존권 보장을 위하여 호소합니다’라는 기고를 통해 김 부회장 부자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을 비난하면서 이들이 김 회장의 보유주식을 금융권에 신탁해 오양수산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특히 이들은 기고에서 지난 6월초 김 회장이 금융권에 자신의 전체 지분 가운데 30%를 신탁하면서 조업권을 상실해 회사에 크나큰 손실을 입힐 수 있음을 강조하며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주도하는 인물들이 대주주 일가라고 전했다.

점입가경 집안싸움에 기업 등만 터져.. 경영 위기 초래

지난 1986년 오양수산은 미국회사와 공동출자해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이때 당시 미국의 어업법은 외국인 투자자에 한해 자회사 지분이 25%를 넘길 경우 모기업 대주주가 기업 지배력을 상실하면 자회사의 조업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사망 등의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우호지분이든, 단순투자든 최대주주가 바뀌면 미 국법인의 어업권이 상실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또한 파트너로서의 효력도 상실하게 돼 손해배상청구나 구상권을 행사할 경우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임직원들의 주장이다.

그럼 이 같은 위기상황을 감안했을 때 왜 김 회장 일가는 임직원들의 주식신탁해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일까.

한 언론사의 기사에 의하면 김 부회장과 임직원들은 모친을 비롯한 일가가 김 회장이 병상에 누워 있는 틈을 타 회사를 흔들어 매각해 재산을 불리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본지가 오양수산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려 했으나 주식신탁에 반대한다는 의견만 내비 출 뿐 위 주장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며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반면 모친인 최 여사 측은 “김 회장의 투병기간을 노려 회사 실권을 장악하려는 사람들이 투자자들에게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서로간의 주장만이 오고갈 뿐 타협점은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양수산은 이미 크나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105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179억 원의 영업 손실과 114억 원의 적자는 면치 못했다. 주가 역시 올 초 한때 1만 4450원을 기록했을 때와는 달리 지난 10일에는 1만 350원으로 큰 폭 하락했다.

국내 식품사업 분야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오양수산. 하지만 대주주일가의 내란으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직원들은 하루 빨리 경영에 틀이 잡혀 안정적으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오양수산을 책임지는 대주주 가족은 이에 아랑곳 않고 있어 한동안 바람은 계속 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