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제품 낼 때마다 ‘안티’ 양성?

‘아이폰4 vs 갤럭시S’ 8일 동시 공개…하드웨어 막상막하, 앱·마케팅 등 갈 길 멀다!

2011-06-10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김경탁 기자] 애플의 ‘아이폰4’가 8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2시 미국에서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삼성이 아이폰 저격수를 표방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갤럭시S’도 같은 날 오전 10시30분 역삼동 삼성본관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세계적인 기업 삼성과 애플 양사가 총력을 기울였다고 자부하는 두 제품이 같은 날 세상에 공식 공개된 것과 관련해 언론들은 ‘2차 스마트폰 대전’ 시작이라며 이목을 집중했고,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 설전도 벌어졌지만 이미 승부는 아이폰4의 완승이 점쳐지는 분위기이다. 애플 CEO 스티프 잡스는 아이폰 4에 대해 “아이폰 출시 후 가장 큰 도약으로, 가장 정밀하면서도 아름다운 물건”이라고 자평하면서 큰 기대를 나타냈고, 실제 세상의 관심은 아이폰4에 집중되고 있다.


우월할 것으로 기대한 하드웨어도 막상막하
아이폰의 ‘아성’ 넘어설 가능성 거의 안보여

삼성은 그동안 갤럭시S에 대해 ‘하드웨어 스팩에서만큼은 아이폰을 단연코 앞섰다’고 자부해왔지만, 정작 8일 공개된 아이폰4와 비교했을 때 갤럭시S는 사양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일부 떨어지는 부분마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드웨어는 호각지세

일단 아이폰4의 두께는 기존 아이폰3GS의 1.2cm보다 24% 얇은 9.3mm로, 초슬림이라 자랑하는 갤럭시S의 9.9mm 보다 훨씬 얇고, 지금까지 나온 모든 휴대폰 중에서 가장 얇다.

무게는 갤럭시S가 더 가벼운데, 아이폰4가 부피 62.781696㎤(115.2×58.6×9.3mm)에 무게 137g이고, 갤럭시S가 77.2992㎤(122×64×9.9mm) 부피에 118g 무게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폰이 갤럭시보다 훨씬 밀도가 높다. 즉 액정화면이 더 넓으면서 동시에 경량화 기술면에서는 삼성이 우세함을 드러냈다는 말인데, 가벼운데 반해 손으로 잡고 사용할 때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그립감’에서는 갤럭시S가 훨씬 떨어진다는 평이다. 여기에 더해 이밖에 아이폰4가 전․후면에 모두 지문 및 기름 방지 코팅을 별도로 한 반면 갤럭시S의 경우 뒷면에 코팅되어 있는 하이그로시도 기존 햅틱 시리즈처럼 지문이나 먼지가 잘 묻어나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액정화면을 살펴보면, 갤럭시S가 채택한 슈퍼아몰레드는 아이폰4의 레티나디스플레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기술이지만, 해상도면에서는 아이폰4가 인치당(2.54cm) 326픽셀인 960×640으로, 갤럭시S의 800×480 보다 한 수 위로 나타났다. 하드웨어의 확장성 면에서는 갤럭시S가 아이폰4 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하다. 아이폰 시리즈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배터리 문제에서는 아이폰4 역시 기존과 같은 일체형을 고집했고, 메모리도 16GB(기가바이트)와 32GB 둘 중에서 택일하게 되어있는 반면 갤럭시S가 16GB를 기본으로 32GB까지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은 장점이다. 특히 아이폰4는 배터리의 성능을 이전 모델보다 40% 향상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통화 7시간, 대기 300시간까지 사용가능한데 비해, 갤럭시S가 교체 가능한 배터리로 통화 7.8시간, 대기 490시간 사용이 가능한 점은 눈에 띄는 장점이다. 또한 카메라는 두 제품이 모두 500만 화소를 장착한 가운데, 아이폰4가 기존 아이폰에 없던 플래시 기능을 추가한 반면, 갤럭시S는 기존 삼성 폰에 있던 플래시 기능을 제외하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은 묘한 대조를 낳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두뇌인 CPU(중앙연산처리장치)가 양쪽 모두 1GHz(기가헤르쯔) 제품을 채택했고, 아이폰이 갤럭시 같은 안드로이드 계열폰에 비해 단점으로 지적됐던 멀티태스킹(한 번에 2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능)이 아이폰4에서는 가능해졌다.

또한 기존 아이폰 시리즈에서는 안 되던 영상통화 기능이 아이폰4에 추가된 것은 진일보한 측면이지만, 영상통화가 아이폰4끼리만 가능하다는 점은 단점이다.

앱 시장은…

그동안 삼성 측이 ‘하드웨어 스팩에서만큼은 앞섰다’고 강조한 것은 ‘하드웨어 스팩’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는 열세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갤럭시S 발표행사에서 삼성과 SKT, 구글 연합군은 한국형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을 많이 개발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유료 결제가 막힌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쓸 수 있는 앱은 4만 개 정도에 불과한 반면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8일 현재까지 등록된 앱 숫자만 22만5천개가 넘고, 총 50억 다운로드를 초과한 상태이다. 여기에 더해 앱 개발자들에게 분배되는 이익률을 감안하면 안드로이드마켓과 애플 앱스토어의 격차는 앞으로 좁혀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앱 스토어에서 개발자에게 지급한 수익이 며칠 전 10억 달러(한화 약 1조2400억원)를 넘겼다”면서 “이것이 앱스토어가 지구상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잡스는 특히 모바일 앱 광고 프로그램인 ‘아이애드(iADs)’을 소개하면서 “앞으로는 개발자들이 공짜나 저렴한 앱을 개발하고도 돈을 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혀 앱 개발자들이 앞으로 더욱 열심히 아이폰용 앱을 만들 동기를 부여했다.

마케팅 문제는 더 심각

애플은 1년에 한 번 꼴로 아이폰의 업그레이드 모델을 선보여 왔고, 신모델이 나오더라도 구모델에 대한 기술지원을 중단하지 않는 것으로 좋은 평가를 쌓고 있다.

아이폰이 국내시장에 처음 출시된 것이 지난해 11월로, 지난 6개월 사이에 3Gs 모델을 구입한 사람들 사이에서 아이폰4가 예상보다 빠른 올 7월 국내 출시가 예정됨에 따라 원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나왔지만 2개월 단위로 신제품을 내는 국내 업체들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라는 반박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지난해 ‘아이폰 대항마’라면서 출시됐던 옴니아가 옴니아2의 출시와 함께 그야말로 ‘버려진 폰’이 된 것에 이어 옴니아2 역시 지난 4월27일 갤럭시A 출시와 함께 ‘잊혀진 폰’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삼성폰에 대한 안티세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삼성이 당초 갤럭시S와 갤럭시A를 각각 고급형과 보급형으로 포지셔닝하겠다고 하면서 갤럭시A의 가격대를 아이폰3Gs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던 것은 큰 실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애플은 아이폰4의 가격을 아이폰3Gs의 가격과 동일한 수준으로 내놓으면서 기존 3Gs 모델의 가격을 대폭 낮추었다. 가격경쟁력을 감안하면 갤럭시S의 가격대를 아이폰4의 가격과 비슷하게 책정해야 하지만 이는 보급형이라던 갤럭시A와 동급 가격이 되는 만큼 삼성을 믿고 갤럭시A를 구매한 고객들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연말 아이폰 대항마라면서 출시한 옴니아2의 가격을 출시 한 달 만에 반토막 내면서 엄청난 수의 안티세력을 양성한 바 있는 삼성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