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영향 가중… "세계경제 3% 성장도 어려워져"

자유무역 쇠퇴하고 보호무역 심화 촉발하나

2017-06-26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영국이 43년 만에 유럽연합(EU)과 다른 배를 타기로 하자 전 세계가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사자를 비롯한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신흥국에도 연쇄효과가 미칠 전망이다.  자원가격 하락에 따른 신흥국 침체와 중국의 성장 둔화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세계경제는 브렉시트까지 겹치면서 국내총생산(GDP)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HSBC는 25일 “(영국이나 EU의) 수요 감소에 따른 무역 손실이 적은 국가라도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투자와 지출의 보류, 고용 감소 등으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브렉시트 영향으로 올해는 0.2∼0.3% 포인트, 내년에는 0.3∼0.7% 포인트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올해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낮춘 바 있다.  IMF의 모리스 옵스펠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세계경제 전망에서 “브렉시트는 무역 관계에 걸림돌이 돼 지역적, 세계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영국은 당장 경기침체 위기에 직면했다.  24일 로이터 설문에서 전문가 70명 가운데 53%가 1년 이내에 영국이 경기침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봤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이날 브렉시트 때문에 영국과 유로존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각각 1% 포인트와 0.5% 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는 지난 4월 브렉시트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영국의 GDP가 단기적으로 2020년까지 3.3% 포인트까지 낮아진다고 예상했다. 가구당 손실은 2200파운드(약 350만원)다.또 장기적으로는 무역과 외국인직접투자(FDI), 이민 등의 영향으로 2030년까지 GDP가 최대 7.7% 포인트 감소해 가구당 5500파운드(880만원)의 손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OECD는 또 당시 브렉시트로 다른 유럽 국가들의 GDP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과 무역·금융에서 밀접한 아일랜드는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1.25% 포인트 낮아지고 유로존은 1% 포인트 감소할 전망이다.아일랜드 다음으로는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의 타격이 크며 노르웨이와 스위스도 영국의 이탈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OECD 34개 회원국과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이른바 브릭스 국가들은 성장률이 0.6% 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을 넘어 미국과 중국, 일본 등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은 특히 브렉시트 여파로 달러화와 엔화 가치의 상승 때문에 수출 감소 등의 어려움에 처했다.  도이체방크 투자보고서는 앞으로 1년간 미국 달러화 가치가 10% 상승한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 GDP가 1년간 0.4% 포인트 낮아지고 3년 동안에는 1.5% 포인트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규모 금융완화로 엔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떠받치고 주가를 올려 경기를 부양했던 아베노믹스는 브렉시트로 직격탄을 맞았다. 엔화 급등으로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본에서 나온다.  닛케이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 유로당 110엔 수준으로 오른 상태가 1년간 이어지면 도요타자동차나 캐논 등 주요 수출기업 25개사의 영업이익은 기존 예상보다 9000억 엔(약 10조3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고립주의 성격을 지닌 브렉시트가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역풍으로 작용해 보호무역주의를 심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브렉시트 투표 전인 지난 15일 보호무역주의가 등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영국은 EU와 무역협정을 어떻게 체결하는지에 따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EU도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 정도여서 교역 감소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