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브렉시트 추경에 다른 예산 끼워 넣기는 안 된다
2017-06-26 매일일보
[매일일보] 우려했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현실화됨에 따라 한국 경제에 낀 먹구름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본 조약 50조(출구조항)에 따라 영국이 공식적으로 EU에서 탈퇴할 때까지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세계 경제는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였고, 각국은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 정부도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24시간 체제로 가동하기로 했다.현재 우리 경제는 조선과 해운 등 산업구조조정으로 고용사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경제 위기에 버금가는 대형 대외 악재까지 덮쳤다. 경제 성장의 두 축인 내수와 수출 모두 반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낮출 방침을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차짓하다간 우리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당장 대(對) 영국·EU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국과 EU 지역 실물경기가 위축되면서 대외 교역 자체가 줄어들어 우리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국과의 교역과 관련해 관세체계와 세관 행정에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도 수출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관세청에 따르면 수출액은 월간 수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기간인 1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6월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액은 256억59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나 감소했다. 여기에다 브렉시트까지 악영향을 미쳐 수출은 언제 회복될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현재 영국과의 교역에는 한·EU FTA에 따른 특혜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되면 이 같은 특혜는 모두 사라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에 대한 한·EU FTA 효과가 소멸하게 되면 이를 협정문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한·EU FTA 개정도 추진해야 한다.이제 영국은 전대미답(前代未踏)의 길을 가야한다. 세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정부는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발표할 예정이다. 대내외 악재로 하반기 경기 부양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추경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규모도 문제지만 최대한 편성 시기를 서둘러야 한다.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회는 추경을 빌미로 다른 예산 끼워 넣기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그야말로 비상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