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il, 주유소 상대 ‘불공정약정강매’ 논란 [집중 취재]

우리하고만 거래해야지, 어딜?

2011-06-11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정유업계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S-Oil이 정유사업 관련 악재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의 축소가 정유사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제2 정유공장은 주민들과의 보상 마찰과 투자비 증가 등을 이유로 시작도하기전에 무기한 연기에 들어갔다. 이러한 악재와 더불어 S-Oil은 정유계약 문제로 주유소와 송사에 휘말렸다. 최근 S-Oil이 1심에서 일부 승소를 얻어냈다고는 하지만, 정유업계 사이에서 공공연히 벌어진다는 주유소와의 ‘불공정주유할당약정’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라 곤혹을 치르게 된 것이다. 이에 <매일일보>은 주유소와의 송사를 통해 드러난 S-Oil의 불공정약정강매 논란을 취재해 봤다. 

최근 법원이 S-Oil의 불공정약정거래를 지적해 눈길을 끌고 있다. 법원은 석유공급 및 주유기 제공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유소가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타 업체와 거래를 맺어 계약을 위반하긴 했지만, 정유사가 판매량을 할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손해배상액을 감면하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체 S-Oil은 주유소를 상대로 어떤 불공정약정계약을 맺었던 것일까. 

주유소 “시설지원 빌미 5년 전량구매 강제”…2008년 이후 전량구매 불법
S-오일 측 “불공정계약 아닌 주유소와 합의 통해 이루어진 정당한 계약”

불공정해도 합의 봤으니 괜찮아?

평택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동모씨는 S-Oil과 유류거래를 맺어왔다. 동씨는 지난 2006년 7월 S-Oil과 석유제품공급계약을 체결했고 별다른 사안이 없으면 계약기간이 1년씩 자동으로 연장되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동씨는 S-Oil로부터 석유공급뿐 아니라 지원자금과 시설물지원을 받았는데, 그에 따른 시설물지원계약도 체결했다고 한다. 동씨는 지난 2003년 12월엔 복식주유기 2대(1천200여만원)에 대해, 지난 2006년 7월엔 복식주유기 4대(3천900여만원)에 대해 각각 S-Oil과 5년 계약을 맺었다.그런데 S-Oil은 시설물 지원계약을 맺게 될 경우, 석유제품공급계약 기간까지도 함께 연장되는 조항을 뒀다. 결국 S-Oil의 시설물 지원계약기간은 5년이었으므로, 동씨는 2011년 7월까지 S-Oil과 석유제품공급 계약을 맺게 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이후 동씨는 캐노피싸인보드에 대한 시설물지원계약도 체결(2008년 4월)했는데, 캐노피싸인보드는 주유소의 이익보단 S-Oil의 CI 교체에 따른 설치물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Oil은 캐노피싸인보드 설치에 따른 석유공급계약기간까지 연장했고 동씨는 2013년 4월까지 꼼짝없이 S-Oil의 석유제품을 공급받아야했다. S-Oil은 시설물지원에 따른 제반약정사항을 두기도 했는데, 주유소가 하루에 기름 60배럴 이상을 팔아야 한다는 조항이었다. 물론 그에 따른 위약금 조항도 있었다. 그 사이 동씨는 S-Oil의 휘발유가 타 업체보다 3배가 비싸다는 것을 알고 타 업체와 계약(지난 2008년 11월)을 맺었다. 자연히 동씨는 S-Oil로부터 남은 계약기간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청구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동씨와 S-Oil의 계약만료일을 2013년(4억8천여만원)이 아닌 2011년(2억1천여만원)으로 보고 당초 S-Oil이 제기한 손해배상액의 절반 이상을 감면한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S-Oil의 약정조항이 약관규제법에 따라 공정성을 잃은 부당한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매일일보>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라서도 “경기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유류 판매량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목료량을 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었다.

특히 법원은 계약 위반을 이유로 S-Oil의 기업이미지(CI)가 담긴 캐노피간판 설치비 전액을 주유소가 부담하게 한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S-Oil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불공정계약이 아닌 주유소와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정당한 계약”임을 분명히 했다. 

폐지됐어도 전량구매는 계속?

사실 정유사와 주유소와의 불공정거래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다. 정유사가 주유소를 상대로 강제계약을 맺고 다른 정유소와 거래를 못하게 하거나 사후정산(구속조건부거래)을 해 주유소마다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협상을 유도해 미래 계획을 세우지 못하게 하는 등 사실상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거래상지위남용)를 선점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지난 2008년 12월 정유사의 횡포를 보다 못한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정유사와 주유소간 배타조건부거래(자사 기름을 전량 공급받도록 의무화)와 사후정산(출하 시 대략적 가격만 알려주고 일정기간이 지나서야 할인 또는 인상가격을 최종 통보)시스템이 구속조건부거래와 거래상지위남용 등 공정거래법상 위법하다는 내용이었다. 공정위는 정유사들을 상대로 기존 거래계약서에 대한 수정명령을 요구했고 업체들은 공정위의 시정명령대로 기존거래계약서의 수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S-Oil과 현대오일뱅크는 이에 불복, 지난 2009년 3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취소’ 소송을 걸었다고 한다. 당시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관행처럼 이뤄진 전량 구매 계약은 정유사의 상표권과 소비자의 기름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다”며 “사후정산은 오히려 주유소에 대해 추가적인 마진을 보장해 주기 위한 정유사들간 경쟁 결과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그런데 이러한 주장을 한 S-Oil이 최근 법원을 통해 약정계약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부분을 지적받자, 일각에선 정유사와 주유소의 불공정 거래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동씨가 S-Oil로부터 구매한 제품을 위해서만 주유기를 사용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즉, 상표표시제(폴사인제-전량구매제)가 폐지(2008년 9월)됐다고는 하지만, 주유소는 사실상 전량구매의무를 지우고 있어 그에 따른(동씨가 이를 어기고 타 업체와 계약을 맺어) 손해배상액을 청구한 것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정유사가 자금지원이나 시설지원을 해주고 주유소가 합의한 것이라면, 1년이상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불공정거래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씨의 변호사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시설지원 등에 따른 전량구매를 주유소가 원했다고 하더라도 계약 기간을 석유공급계약과 결합하고 5년이라는 장기계약을 맺는 것은 주유소보다 정유소에게 유리한 계약”이라고 주장해, S-Oil의 계약서 자체가 불공정한지 여부를 좀 더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