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선 한신공영 회장, 경영권 송사 휘말린 내막

누가 진짜 사기꾼?

2011-06-11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최용선 한신공영 회장이 최근 날벼락을 맞아 그만 넋을 잃을 뻔했다. 최 회장이 2002년 한신공영을 인수할 당시에 빌린 돈이 빌미가 됐다. 최 회장에게 340억원이란 거액의 돈을 빌려준 김모씨가 최 회장이 당초 계약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말 법원에 최 회장등을 상대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최 회장은 김씨의 난데없는 공격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김씨를 사기 혐의등으로 형사 고소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두고 재계에서는 의문의 꼬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매일일보>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풀스토리를 알아봤다.

최 회장에게 한신공영 인수자금으로 340억원 빌려준 김모씨, 지금에서야 소송 제기해 ‘눈길’
최 회장측, “돈 다 갚았으며 김씨가 제출한 서류는 위조된 것” 반박…김씨 상대로 형사고소 
 
최용선 회장이 재계에 다크호스처럼 등장한 시점은 지난 2002년 말께였다.
국내 건설업계 시공순위 30위권에는 드는 1세대 중견종합건설업체인 ‘한신공영’을 전격 인수하면서다. 

최 회장의 파란만장한 한신공영 인수기

모든 이목이 최 회장에게로 쏠렸다. 지방에서 협승토건이라는 조그만 건설사를 운영하던 전북 전주 출신의 이름 모를(?) 사업가가 큰일을 냈으니 당연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를 가리켜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고 비유했다.

물론 최 회장 본인이야 ‘준비된 새우’라고 항변하며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짐짓 멋쩍어했다.사실 최 회장의 집안 내력을 비춰 보면 그의 항변에도 일리가 있었다. 최 회장은 우성그룹을 이끌었던 최주호 회장의 조카였다. 한때 최주호 회장의 장남이자 최 회장에게 있어선 사촌동생인 최승진씨가 설립한 우성건설이 부도나자 이를 인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불발로 끝났다. 이를 볼 때 그는 이미 재계의 잠룡이었으며 그의 등장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것이다.여하튼 최 회장이 한신공영을 인수하고 나서부터 회사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부실한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국내외 굵직한 사업 수주도 잇따라 따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 회장은 직원들에게 ‘효’를 강조하며 복지혜택을 대폭 늘려 신망을 얻었다.그러나 으레 그러하듯, 한신공영을 인수한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최 회장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최 회장이 수백억원대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것.최 회장은 2002년 11월 법정관리 중이던 한신공영을 인수한 뒤 남광토건 전 대표 A모씨 등의 도움을 받아 시행사에 제공하는 대여금 명목으로 회사자금 340억원을 횡령한 뒤 회사 인수를 위해 빌린 돈을 갚는데 사용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로 2005년 11월 구속 기소됐고, 결국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한번 터진 악재는 계속 이어졌다. 2006년 총선 때 최 회장은 모 정당 의원에게 수천만원대 뇌물을 건 낸 혐의로 연이어 구설수에 올랐다. 이런 온갖 악재에 시달리다 지친 최 회장은 이후 한동안 자숙 기간에 들어갔다. 이 동안 한신공영의 차입금을 줄이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이 결과 최 회장이 이끄는 한신공영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나 성장했으며 수주액도 2조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이 2007년 말부터 국내에 불어 닥친 부동산 한파 등으로 건설사들이 줄도산하는 극한 상황에서 일궈낸 성적이어서 더욱 값진 것이었다. 이 여세를 몰아 최 회장은 한신공영의 옛 영광을 올해에는 완벽하게 복구하겠다는 각오다. 

끝나지 않은 채권‧채무관계

하지만 지난해 말, 최 회장의 각오에 대못을 박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지난 2005년 최 회장이 횡령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자 사건은 일단락 나는 듯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신공영을 인수할 당시에 340억원을 빌려준 김모씨가 최 회장 등을 상대로 지난해 주식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11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김씨는 이를 계기로 지난해 12월22일 코암시앤시개발 최문규 대표와 최 회장을 상대로 주권인도(사건번호 2009가합144499)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코암시앤시개발은 한신공영 지분 42.9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지배회사로서 한신공영을 인수할 목적으로 세워진(2001년 8월10일 설립) 회사였다. 현재 최문규 대표는 최 회장의 장남이다.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 회장이 보유한 한신공영 주식 334만주를 처분하지 못하도록 가처분신청과 주권인도 소송을 낸 김씨는 남광토건 전 사장인 A모씨의 중개로 최 회장에게 한신공영 인수자금으로 340억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김씨는 최 회장이 계약대로 상환하지 못했고, 만약 이를 어겼을 시 최 회장이 보유한 한신공영 주식(756만주)과 경영권을 양도하기로 한 계약을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시 최 회장과 작성한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비롯한 주식매매 예약서, 경영권 양도 각서 등의 문서를 제출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김씨의 난데없는 공격에 최 회장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섰다.한신공영 관계자는 “김씨가 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이렇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여하튼 김씨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들은 모두 위조된 것이어서 현재 김씨를 사문조 위조 등으로 고소한 상태”라고 밝혔다.이어 그는 “(내가)알고 있는 바로는 이미 최 회장은 김씨에게 빌린 돈을 모두 갚았으며, 김씨 등은 메이저 언론사를 제외한 하류매체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현재 검찰(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결과가 나오면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의 주식금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후 한신공영의 지배회사인 코암시앤시개발은 지난 5월7일 한신공영 보유 주식 55만주를 매도해 의문을 사고 있다.

코암시앤시개발은 최 회장이 지분 47%, 태기전 한신공영 부사장이 42%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한신공영 관계자는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한신공영, 2세 경영 돌입

한편, 최 회장은 본격적인 2세 경영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신공영의 최대주주이자 지배회사격인 코암시앤시개발은 최 회장의 장남인 문규씨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차남 완규씨는 지난해 말 한신공영이 인수한 대부업체 굿모닝캐피탈 대표를 맡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2세 경영을 위해 적절한 안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에서 최 회장에게 돈을 빌려준 김씨가 최 회장 외에도 문규씨를 상대로 주권인도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또, 차남 완규씨가 이끌고 있는 굿모닝캐피탈은 지난해 말 한신공영에 인수된 뒤 수개월 만에 2000만원이던 자본금이 10배 넘는 2억원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일부 건설사가 자금이 부족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자신들이 발행한 어음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유사대부행위를 해 논란을 빚은 바 있어 건설업체의 대부업 진출에 다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