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간 연계 자산·부채 430조 ‘폭탄 돌리기’

한은, 위기시 부실 우려…민간부문 부채 GDP의 1.96배

2016-07-03     송현섭 기자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금융기관간 연계된 자산·부채규모가 430조원에 달하고 있어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한국은행은 3일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해 금융권 내에서 자산·부채 상호연계 규모가 3월말 기준 금융권 총자산의 7.8% 수준인 430조원에 달해 위기에서 큰 충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이는 당장 국내 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을 보이지만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금융부실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금융권 상호연계 자산·부채는 금융사가 발행한 금융채를 비롯해 환매조건부채권(RP),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상품들을 다른 금융사가 인수한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특히 금융기관간 자산·부채 연계규모는 2010년말 308조원에서 2011년 326조원, 2012년 333조원, 2013년 359조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4년 404조원으로 1년새 45조원 급증했다.지난해의 경우 17조원이 증가한 421조원으로 증가세는 일부 둔화됐지만 올해 들어 3개월만에 9조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만약 금융사간 연계된 자산·부채가 급증하면 개별 금융사의 손실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대거 확산될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파생금융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다량 보유한 투자은행(IB)으로 전가됐던 만큼 주목되는 대목이다.국내에선 2003년 신용카드사들의 대규모 부실채권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에 큰 혼란을 야기한 바 있는데, 당장 급하진 않아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한은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의 자산·부채 연계수준은 금융시장의 규모에 비춰볼 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금융권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상호연계 비중이 2014년말 8.3%, 지난해 8.0%, 올해 3월말 기준 7.8%로 점차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그는 “전체 상호연계 규모에서 은행간 거래는 축소된 반면 증권사, 보험사,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연계된 자산·부채규모는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실제로 3월말 기준 은행간 연계 자산·부채는 총 54조8000억원으로 작년말 58조4000억원보다 6.2%인 3조6000억원이 줄었으나,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간 연계된 자산·부채는 같은 기간 237조5000억원에서 251조2000억원으로 5.3%인 12조7000억원이 늘었다.같은 비은행 금융기관간 거래는 작년말 124조9000억원에서 123조7000억원으로 1.0%인 1조2000억원이 감소했는데, 2007년말 46조원에서 작년 124조9000억원으로 8년새 3배에 육박했던 급증세는 다소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그럼에도 불구, 비은행 금융기관이 통상 규모가 큰 은행에 비해 외부 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돼 경제위기에 대응한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또한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문 부채가 부실화될 위험성을 분석, 명목 국내총생산(GDP)대비 민간신용(민간부채) 비율이 3월말 195.7%로 사상 최고치라고 추산했다.이 비율은 작년 3월 191.2%에 비해 1년새 4.5%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기업은 106.9%에서 106.2%로 0.7% 포인트 하락했으나 가계의 경우 84.3%에서 89.5%로 5.2% 포인트 상승했다.한은 관계자는 “명목 GDP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장기적인 변동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 시스템적 리스크 수준은 과도하지 않다”면서도 “가계부채의 리스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