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 부실 급식에도 비정규직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니
2017-07-03 매일일보
[매일일보] 최근 학부모들이 온라인에 사진을 올리며 불거진 대전 봉산초등학교 부실 급식 논란이 학교 내 영양교사와 조리사의 갈등, 조리사나 조리원들에 대한 처우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봉산초교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봉산초의 부실급식 논란 이면에는 이러한 갈등이 잠복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봉산초교 만이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있다. 2003년부터 학교 급식이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된 이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던 것이다.우리나라의 초·중·고교는 1만1698개교에 달한다. 이들 모두가 급식을 하고 있다. 전체 초·중·고생 615만명 중 도시락을 싸오는 일부 학생 등을 제외한 614만명이 학교에서 주는 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이러니 학교 급식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도 상당하다. 각 학교에는 보통 영양교사 또는 영양사 1명, 조리사 1명, 조리원 4∼8명 정도씩 배치되는데 이들을 다 합하면 영양교사와 영양사가 9975명, 조리사가 1만228명, 조리원이 5만2624명 등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신분은 서로 다르다. 영양교사는 정식 교원 신분이다. 반면 영양사와 조리사, 조리원은 대부분 학교 회계직이라 불리는 비정규직이다. 그러다 보니 처우 등에 대한 갈등이 쌓일 수밖에 없다. 하는 일은 비슷한데 월급은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정규직에게 자동 적용되는 기본급 3% 인상에서도 제외된다.특히 학교 급식실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조리원들이 받는 월 급여는 13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방학 중에는 임금을 받지도 못한다. 연중 9.5개월치 급여만으로 생활해야 하는 처지다. 2.5개월은 수입이 끊기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다른 직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생활이 가능하다. 여기에 학교 직원 위계 구조상 최하위에 있다 보니 인격적인 대우를 못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아 주요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급식의 질 향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조리원 등 급식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를 낮춰야 한다. 처우 및 근무환경 개선도 시급하다. 현재 학교 비정규직들의 요구 사항 가운데 하나가 방학 중에도 생활 임금으로 100만원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로 보인다. 방학이라고 굶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18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교육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속히 나서야 한다. 곧 방학이다. 2학기에는 비정규직인 급식 종사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 급식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정성이 깃든 음식을 먹어야 우리 아이들도 건강해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