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소득 5천만 이하 서민형 ISA 가입비중 33% 불과

재산형성 기여 취지 무색케 중산·서민층 면세혜택 못 받아

2016-07-04     송현섭 기자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연간소득 5000만원 이하 서민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률이 33%에 불과해 중산·서민층의 재산형성 기여란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4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5월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 ISA 가입자는 159만1944명으로 집계됐다.특히 이중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인 ‘서민형’ ISA 가입자는 41만6068명으로 26% 수준에 불과했고 청년과 농·어민 등 서민대상 ISA 가입자 52만2573명을 합쳐도 전체의 33%에 그쳤다.은행별 서민형 ISA 가입비중은 우리은행이 50%로 가장 높았으며 신한은행이 29%로 뒤를 이었고 국민은행 23%, 하나은행 17%, 농협은행 13% 등 순이었다.박용진 의원은 “소득 양극화와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되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저축 여력이 급감한 가운데 무리하게 ISA가 도입돼 비과세 혜택이 편중될 우려가 높다”며 “당초 ISA 도입의 취지를 살려 서민층에 대한 면세혜택을 확대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서민형 ISA는 연 소득 5000만원 이하로 가입조건이 제약되며 의무 가입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고, 투자이익 면세한도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늘어난 절세혜택이 강점이다.그러나 서민층 재산형성 지원이란 취지와 달리 올해 3월 도입된 서민형 ISA 가입비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게 세제혜택이 편중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임금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240만원이며 중위소득의 경우 이보다 더 낮아 2465만원에 불과한 상황이며 상위 20%의 연봉 하한은 4586만원으로 조사됐다.결국 전체 임금 근로자의 80%가 서민형 ISA 가입조건인 연 소득 5000만원 이하란 의미인데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이들의 가입률이 현재 33% 수준보다 크게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이 같은 현상은 최근 불황의 여파로 중산·서민층이 당장 생계유지와 가계부채 등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그만큼 저축여력 및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 역시 ISA제도 도입에 따라  향후 5년간 16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지만 당장 실질소득의 불균형이 ISA 가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당혹스런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ISA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가입이 어려운 중산·서민층에게 세제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조세 역진성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는 주장을 보고서에 포함시킨 바 있다.

특히 보고서는 ISA 가입대상이 모든 근로소득자로 설정돼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돼 수직적 형평성 문제가 초래될 수 있어 이를 완화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보고서는 또 저축여력이 없는 중산·서민층이 조세특례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당초 정책의 수혜 대상이 아닌 (고소득)특정계층 개인만 수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ISA는 세제혜택이 부여되는 금융상품이지만 저축여력이나 투자할 여윳돈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재산이 전혀 없는 사람은 경제통계상 무의미하다는 경제학의 역설처럼 세제혜택이 ISA 미가입 중산·서민층에겐 돌아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정부의 정책적 목표에 따른 수혜 대상자 설정이 잘못됐다”며 “연 소득 5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층에게 면세혜택이 쏠리는 역효과로 인해 ISA도입 취지가 퇴색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