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 파행 더는 안 된다

2017-07-04     매일일보
[매일일보] 최저임금위원회가 4일부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 협상을 재개했다. 이번 협상은 6일까지 사흘 연속 8차, 9차, 10차 전원회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한다. 그러나 법정시한을 넘긴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파행 조짐을 보여 우려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협상이 열리기 직전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위원회 협상에서 최저임금 1만원의 정당성을 설명하겠다 면서도 공익위원들이 시간에 쫓겨 수정안 제출을 압박하거나 턱없이 낮은 수준에서 무리하게 조정을 시도할 경우 근로자위원 사퇴 등 중대 결단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까지 참석했다. 그만큼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이것이 가능한지 제대로 점검해 봐야 한다.올해 최저임금은 6030원이다. 1만원으로 올릴 경우 65.8%를 인상해야 한다. 사실 웬만한 규모의 경제를 이룬 기업은 최저임금제와는 상관이 없다. 결국 최저임금제는 대부분 소규모 영세기업이나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문제다. 이렇게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올릴 경우 결과적으로 일터에서 밀려나는 것은 최저임금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서민들뿐이다. 당장 아파트 경비원 대량해고 사태가 재현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최저임금 인상 때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바 있다. 양대 노총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2017년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은 지난달 28일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는 제7차 전원회의에서도 결론내지 못해 올해도 결국 법정시한을 넘겼다.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20여년 간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다.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좀처럼 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 등 기업 구조조정이 당장 눈앞에 닥쳐왔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에 브렉시트까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양극화까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저임금은 서민들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동의 대가로 받을 수 있는 최저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과다한 인상은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물론 양대 노총이 주장하는 것은 1만원이 갖는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 이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협상에 임하며 사퇴부터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 지금은 협상에서 입장차를 줄이는데 매진해야 할 때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은 고용부장관 고시일(8월 5일) 20일 전까지 합의안을 도출해야 법적 효력을 갖는다. 시간이 많지 않다. 사용자위원들도 이를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